여자는 시다
밤새 음악 듣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들은 음악이 무엇이었더라
CD들을 뒤지다가
울었다
사실은 꿈속에서
여자의 뒤를 쫓아 뛰다가 넘어졌거나
가만히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나무껍데기였거나
귤을 먹고
그 껍질을 귀에 대고서는
신혼(新婚) 초야(初夜) 호텔 객실의 과도가 감을 벗기듯
귓속에 입김을 불어넣는 소리를
상상하였는지도 모른다
밤새
생과일 주스처럼 침을 흘리고
그것이 귤 껍질처럼 말라붙은 아침에
우리가 손을 맞잡은 동안 쿵쿵 울리던 것이
사실은 어디선가 작동되던 CDP*의 소리였다고
ON, OFF 되며 울고 있는
나는 생각하건데
여자는 시다 꿈속에서도
삼키다 말고
참으면 눈물이 난다
*CD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