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

 

 

 

 

어떤 할머니 길에서 자고 있네

충돌 없이 떨어진 운석처럼

서울역 로터리 한 켠에 쓰러져 있네

가로수 걸린 선거용지

누가 먹다 떨어뜨린 크로아상처럼

뒹굴거림 없이 소금처럼

찬장 속 간장처럼 잠들어 있네

한 입 베어물고 싶어

깨워

몇 마디 말이라도 핥아 먹이고 싶네

그러나 내 다리는 지하도로 가네

미역처럼 어지러운 지하철 안에서

미끌미끌한 표정 짓네

저기도

미끌미끌한 표정 짓는 사람 있네

어떤 할머니 아직도 길에서 자고 있네

어제는 바나나를 까먹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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