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의젓한 CD플레이어의 노래

 

 

 

 

행복동 작은 의자 위

망가진 새하얗고 어린 CD플레이어는

어떤 CD를 넣어도 '배지배지'

울고 있어요

계단의 중심에 앉아

대학축제처럼

울고 있는 한 사내는

흰색 비닐봉투에 전화번호부 3개 넣어 집에 가던

가을길, 반바지, 무릎팍처럼 생각합니다

버려진 전화번호부처럼 졸고 있는 사내

 

아! 놀드슈왈츠네거, 행복이네집, 고결한 사명, 쥬시후레쉬...

물풀, 딱풀처럼 '깔깍깔깍'

슬리퍼 신고 뛰던 옛동네에서

하얗고 얌전한 전화기 앞에서 양말 신고 기다리고 있지요

다들

'지지배지배지배', '배지배배지지배'

한 손에는 발렌타인 마스터즈

주머니에는 콘돔 몇 개,

날아 갈 줄 모르는 이

작고 입술이 하얗고 앙다물고 망가진 CD플레이어는

마구 뒤집혀지는 남자의 무릎 위에서

눈만 깜빡이는 연주를 해요

눈곱만한 날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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