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잡아먹는 여자
개 잡아먹는 여자를
상상해본다
기르던 개를
물에 담가 죽인 뒤 피가 굳기 전에
가죽을 벗기는 여자를
어제 저녁에
푸들을 꺼내먹었던 여자가
오후엔 시베리안 허스키를 잡는다
남들은 이것 저것 썰어도
멀쩡하던데
쨍-하던 심정이
개를 먹지 말라던 남자를
여자는 떠올리고 있다
발톱을 잘라내던 여자는
그 남자가 자꾸 생각난다
서른,
되기 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눈물 한 방울 없던 그 남자
주름치마
꼬리치듯 손 문지르던 여자는
앉은뱅이 뒷모습뿐이다
매맞듯이 웅크린 채
고기를 먹는 여자의 입술은
내내 바닥을 향해 비워져가고 있다
털이 풀풀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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