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는 허락 없이

웃음을 팔거나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없습니다

 

 

 

 

 

 

아침에 천사를 보았다

비가 덜 마른 보도 한 켠에서

슬리퍼자국이 찍힌 똥을 씹어먹고 있었다

 

서울역 5번 출구 앞에서 밤마다 버선 신은 발을

비닐봉지에 담아 묶고 잠을 청하던

할머니는 간밤에 어디서 무얼 하셨을까요

라고

꼬리를 흔들며 천사는 내게 물었다

 

아유 아줌마도 참

천사면 천사답게 본인의 일에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자 천사는 킁킁거리더니

내 발을 핥으려고 한다

 

어딜, 캥~

슬쩍 차버리고 걷는 출근길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오늘도 변함없이

지하철 안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사랑을 갈아타실 분들은 죄다 내리시라고

끼아악! 쿵. 철컹!

비온 뒤라 웃음소리도 요란한데

 

유리창 속, 그대는 

천사처럼 웃는다

속으로만 웃는다는 것이다

저 어두운 속에서만  

 

개 한 마리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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