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씹다
오늘도 고기를 씹는다
몇일 째 밤마다 고기를 씹는다
눈꺼풀 안에서 고기가 날아다닌다
소, 돼지, 오리, 등심, 안창, 삼겹.
날지 않는 닭은 먹어도 된다는 잠꼬대
파르파르
살아있다는 식으로 떨리는 눈꺼풀
지난 시간들을 모두 튀겨 둘 수 있다면
얼려 먹을 수 있다면
알 수 없는 억울함으로 고개를 묻는다
눈꺼풀에 붙은 먹지
오래된 김
참기름 바르다 멈춘 손
연탄불에 술 구워지던 냄새
간장 속에 묻어둔 얼굴들
짠내 풍기며 떠오른다
누군지 알 수 없으나
함께 양파를 깠을 것 같은
구우면 구워질 것 같은
씹으면 씹혀질 것 같은
밤마다 고기를 삼킨다
내일은 먹지 말자고
집 앞에서만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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