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6일에 쓴 글...
"너희들이야말로 무슨 꿈을 가지고 있어?
마지못해 버둥거리며 하루살이처럼 살다가 불평이나 늘어놓고 있잖아. 그런 개똥 같은 너희들 사이에서 태어난 내가 무슨 꿈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네놈들이 개똥같이 사는 바람에 나도 돌대가리들한테 평생 웃음거리가 되어 새대가리들 아래서 죽어라 일만 하는 월급쟁이 정도밖에 될 수 없어.
네놈들에게 부모가 될 자격이나 있는 줄 알아? 내 꿈은 말이야, 자격도 없이 나를 낳은 네놈들에게 평생 들러붙어서 개똥처럼 살다가 너덜너덜한
쓰레기가 되어 죽는 거야, 알겠어!" (텐도 아라타, <가족사냥> 中)
알겠어.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소설 내에서 한 중학생이 하는 말인데, 자기 어머니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 알겠다. 그렇게 대답하였다.
부모는 어쨌거나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아이를 낳는다. 아이의 의견을 듣고서 낳을 수는
없을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 하기를 좋아한다. 너는 왜 그러니, 왜 이러니, 그럴 거니, 옳은 거니 라고. 그것은 말로 할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꿈을 가져라"라고 얘기하기보다, 꿈을 쫓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뿐이다.
자식에 대한 애착은
끔찍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있어서 틀림없이 매력적인 존재여야만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 부모가 아이를
비교하듯이 아이도 부모를 비교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서 자신의 틀과 한계를 암암리에 정해두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나의 피를 이은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다. 몇 천년 전의 어느 조상이 독한 마음을 먹고 씨를 퍼뜨려 가지와 줄기가 뻗어
오늘날의 광산김씨의 89대손 중에 나를 만들어내게 되었다한다면, 그것도 나로서 끝이다. 나는 내 씨앗의 끄트머리이며 스스로 발을 움츠리는
자이며, 종족번식의 본능에 거세게 저항하는 인류이다.
누가 나에게 멋대로 몇 가지의 본능을 넣어놓았는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류를 하나의 도구로서 보고,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로서 본능을 심어 놓았다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진화, 진보, 발전, 성숙,
어쩌면 드라마일지도...
내게 주어진 본능을 인식하고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다, 나는.
모니터로부터의 탈출을
염원한다.
아무튼 내가 지구와 역사로부터 사라지고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의 염원과 두려움을 담아 아이를 낳고 길러내는 행위를
하게 됨으로부터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용기를 위해서만 기도 할 수 있도록 내게 신념을, 내 아이의 웃음, 내 아이의 울음, 내 아이의 성장,
내 아이의 미소, 내 아이의 매끄러움, 내 아이의 탄성, 내 아이의 신비, 내 아이의 상냥함, 이 모든 환상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냉철함을...
아이를 아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내 아이'라 생각해버리는 이기심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부모없는 아이에게 슬픔을
주고, 폭행당하는 아이에게 절망을 주고, 갑갑함을 주고, 테두리를 주고, 진로와 한계를 주고, 강요를 주고, 인간속성과 굴레를
준다.
모든 부모가 모든 아이의 부모가 되고, 모든 아이가 모든 부모의 아이가 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
세상에 내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없는 고아로서 전교에서 꼴찌를 도맡는 건강한 녀석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이나
러시아에서 온 위장취업자와 위장결혼해서 위장부부로서 아이를 위장입양해서 내 재산을 조금 나누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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