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9일에 쓴...
"피로 쓴 문장은 없으리라. 글은 어차피 먹으로 쓴다. 피로 쓴 것은 핏자국일 뿐이다. 핏자국은
물론 글보다 격정적이고, 직접적이며 분명하다. 하지만 쉽게 변색되고 지워지기 쉽다. 문학의 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
루쉰
근래 루쉰을 읽기 시작했다. 세대, 시대차이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좋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사는 시대는 젊은이들의 피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빠져나가지 못한, 흘려보지 못한 피는, 몸 어느
곳에서 고이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초라한 성기에서? 영단어를 조이는 두뇌에서? 머신 위를 뛰는 발바닥에서? 늘어나는 배 주위에서?
현재 젊은이들의 피는 상당부분 싸이월드에 몰려있다. 싸이월드 사진첩에, 싸이월드 게시판에, 싸이월드 방명록에
흡수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피는 더이상 흡수되지 못하고 고일 것이다. 피는 피로서의 영양분을 잃고 변색되거나 지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곳을 찾아 피가 고일테지만, 그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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