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방1
늦은 밤
물먹으러 부엌에 갔다가
내 방으로 올 때
오, 나를 따라오는 게 있네
내 방까지 따라와
내 옆에 나란히 앉는 게 있네
만져 볼 수 없이
함부로 바라볼 수 없이 내 옆에서
다만 느낌으로
앉아있네
“자긴 누구지?”
“……….”
멍들었던 데를 만져보듯
되돌려 받는 물음
“자긴 누구지?”
“……….”
다만 시늉으로 살다가
시늉으로만 살아 있다가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
창이 가려지듯
슬그머니 눈을 감는 것인가
“자긴 누구지?”
“……….”
오늘도 나는
죽음의 시늉으로
그 물음 곁에
누워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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