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아이러니가 뭔데?

사람이 스스로를, 또는 자기에게 속한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또는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고, 거기에서 우스운 점을 찾아내는 거죠.

 

 

 

하지만 말이야, 아버지를 다시 만났어도, 마음속으로부터 안심할 수는 없었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내 주변의 이런저런 일들이, 나의 내부로부터 잘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야. 왠지 내가 적당히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기분이 늘 가시지 않았거든. 나의 진짜 아버지는 어디론가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다만 앞뒤 사정을 맞추기 위해, 아버지의 모습을 한 다른 누군가가 내게로 보내진 거다, 그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지. 그런 기분 마리는 알 수 있겠어?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쫓겨 다니다가, 끝내는 들키고, 잡혀서 어딘가로 끌려가는 거야. 그리고는 냉장고 같은 데 처박혀진 채 문이 닫혀 버려.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 엔짜리 지폐 다발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 같은 종이 조각일 뿐이지. 불이 , 이건 칸트로군이라든가, 이건 요미우리신문의 석간이군 이라든가, 또는 , 이 여자 젖통 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 건 아니잖아. 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 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마리가 바텐더에게 묻는다.

LP 레코드만 틀어요?

CD는 안 좋아하거든 하고 바텐더가 대답한다.

왜요?

너무 반짝이니까.

 

 

 

고마워. 아주 긴 편지를 쓸게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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