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닻
오태환
누리가 고스란히 흰빛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늘과 바다가 한 빛이었습니다 마른 수평선도 등대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푸른 배가 가고 있었습니다 용골의 그늘도 푸른빛이었습니다 마스트도 선실도 그냥 푸른빛이었습니다 이물에서 고물까지 이슬처럼 또는 가장자리가 살짝 긁힌 이슬의 흔적처럼 삐친, 획처럼 엷게 푸른빛이었습니다 무적霧笛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참 고요했습니다
외롭게 살아온 한 사내가 어디서 골똘히 죽음을 감추고 있습니다 죽음이 무심히 부리는 푸른 닻이 저렇게, 눈 시리도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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