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10월부터 나는 돈을 번다. 제법.

 

우선은 강원복지재단에 연락해서 후원해 오던 고아 녀석에게 자동이체시키던

금액을 올릴 생각이다.

 

만약 이 녀석이 꿈이 있는 녀석이라면

그 꿈을 5~6년 뒤까지도 집요하게 키워놓았다면

대학에 다니도록 돕고 싶다.

 

 

 

 

학과 행정실 조교누나와 우스게 삼아 얘기하긴 했는데

내년 3월부터 내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하나 만들 생각이다.

그렇다고 정말로 장학금을 줄 수는 없겠지만

이른바 <용돈장학금>이다.

 

나는 용돈은 커녕, 대학 등록금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집에서.

용돈을 받는 선후배친구들을 볼 때면 부러웠다, 무척.

 

나는 너무나 용돈이 받고 싶었다.

등록금은 등록금으로 내야 하고, 생활비는 생활비로 내야 한다.

 

나는 대학 생활 동안

용돈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한 학생 한 명에게

꼬박꼬박 매달 용돈을 주고 싶다.

 

 

아마도, 많아야 월 10만원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용돈>의 좋은 점은

아무리 살 책이 급하고, 아무리 내야할 세가 급박하더라도

이 돈 만큼은 노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길 바란다.

 

 

딱히 고지식한 반발 세력만 없다면 나는 내년부터 이 짓을 할 수 있을 테고

나는 내가 만든 용돈 재단 이사장으로서

내가 주는 <용돈>의 사용이 '용돈'으로서 사용되기를 촉구 할 것이다.

 

 

피자를 사먹거나 옷을 사입거나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고

대학시절 내내 내가 염원하던 커플티 같은 것을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주는 돈이

방세나 전깃세, 등록금 등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갑갑해진다.

 

 

내가 주는 돈이 쏠쏠히 즐기는 데 쓰여지는 것이 좋다.

 

 

 

 

많이 잡아 월 10만원으로 치고 학기 중에만 준다고 치면 8개월

연 80만원 정도니까

1등 성적우수 장학금만큼은 못하더라도

2등 성적우수 장학금과는 그 값이 비슷하다.

 

 

 

나야 어차피 돈 쓸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쁠 테고

결혼 해서 가족 부양을 할 것도 아니니깐

가능한 노릇이다.

 

 

 

마음 맞는 교수나 선,후배,동료를 찾을 수 있다면

금액을 키우거나 수헤 학생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재단 설립에 있어서 가장 고심되는 것이고

과연 해야 하느냐, 하고 진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되는 부분은 역시

선정,에 있어서 이다.

 

 

어떻게 적당한 학생을 고르느냐, 하는 것.

 

가장 궁핍한 학생을 찾는다? 어떻게!

대충 가난한 학생들 중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을 고른다? fuck!!

 

 

 

두 번째 문제는

아무리 '용돈'이랍시고 너스레를 떨고 유머러스하게 진행해나가더라도, 결국

용돈 타 쓸 형편이 안되는 학생을 골라야 하는 일이고 결국

이 돈을 받는 애들은 공식적으로 형편 안 좋은 애들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형편 안되는 애들이므로 그게 알려져서 딱히 안될 이유는 없다

본인이 상처만 받지 않는다면.

 

그러나, 가난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더라도

그것은 자꾸만 창피함이 된다.

 

아아아~ 골치야!

대체 이 세상의 공식은 왜 늘 이따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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