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 짐 크레이스, 열린책들
사내는 숨이 가빴고, 두 손은 연금으로 살아가는 늙은이처럼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갈매기는... 다음에는 조지프의 팬티를 부리로 물어 올렸다. 거기서 나는 냄새를 물고기 냄새로 착각한 것이다.
그녀는 정욕에 절망했고, 짜증이 그녀가 느끼는 유일한 열정일 때도 있었다.
그는 단 한 번의 손 흔들기로 그녀를 사로잡았다고 말할 것이다. 손을 흔드는 것은 공작의 고리 깃털처럼 노골적인 과시이고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다.
우리는 죽음을 <물고기>라고 부른다. 죽음은 헤엄을 친다고 우리는 말한다. 죽음은 밤중에 바다에서 나와 얕고 저항력이 약한 거리의 물속으로 재빨리 들어가는 조용하고 무자비한 포식자다. <물고기>는 소리 없이 헤엄쳐 와서,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침대에서 데려간다. 영혼이 육신을 떠나 차갑고 눅눅한 공기 속을 나선형으로 이동할 때 당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지느러미가 떨리는 소리뿐일 것이다.
죽음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은 이미 방 안에 들어와 있엇다. 그리고 떠나면서 침대보에 비늘과 점액을 남기곤 했다.
죽음은 우리를 포식하기 위해 살찌운다. 구더기들은 죽음의 잔치에 참석한 음유 시인이다.
긴 풀잎은 햇빛을 찾아 헐떡거리며 간호사들처럼 그 위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우리는 <물고기>가 언젠가는 우리 모두를 해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물고기>가 우리 집과 우리 방의 한구석에 코를 들이밀 때를 기다린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쇠약해진 우리는 <물고기>가 곰팡이 슨 서까래와 기둥을 대충 훑어보고, 우리 침대 옆 창틀을 따라 조개삿갓처럼 검게 자라는 이끼를 뜯어먹다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우리를 곁눈질할 때까지 지켜볼 것이다.
여자들을 위로하는 자는 기회주의자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사랑이 있었다. 시간만이 키울 수 있는 차분한 사랑, 버릇과 기억으로 유지되는 사랑이 있었다.
모래 속에 숨은 겁 많은 물고기 때문에 발 밑의 모래가 떨리는 것을 느낄 때마다 환성을 지르며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 슬픔과 충격을 포정에 솔직히 드러내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마음에 위안을 주는 적절한 일이었다. 그는 비탄과 오열을 자위 행위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새로운 학파에 속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유전자를 공급해 준 이들은 이제 가게문을 닫아 버렸다.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있는 하찮은 거류자들, 덜덜 떨면서 예배를 보는 이들과 별을 바라보는 이들은 천국에 대한 기대나 지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꽃처럼 타올랐다 스러지는 자신의 짧은 인생을 희생하는 바보들이었다. 아무도 초월할 수 없다. 미래도 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의 우묵한 겨드랑이와 등대 같은 젖가슴을 내려다보고
그는 술집구석에서 보답받지 못한 갈망과 술에 격분하여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을 것이다. 섹스는 항아리 속에 갇힌 말벌이다.
게잡이 배 한 척이 해안을 따라 힙겹게 나아가고 있다. 도중까지 태양을 배웅하기 위해, 또는 태양이 온 곳으로 다시 쫓아 보내기 위해.
갈매기도 죽는다. 파리도 죽고 게도 죽는다. 바다표범도 죽는다. 별들조차 분해되고 폭발하여 하늘에 물집을 만든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야의 수탉 - 미셸 투르니에 (0) | 2006.10.05 |
---|---|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 리처드 프레스턴 (0) | 2006.10.05 |
내 인생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0) | 2006.10.02 |
버려진 구두 - 신종호 (0) | 2006.10.01 |
순한 구름 - 신현정 (0) | 2006.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