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구두
- 신종호
버려진 아버지의 구두는 쓸쓸하다.
길 위에서 살을 허물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 허당을 밟고
후미진 골목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뒤집고 모로 누워 가슴에
쓸쓸히 눈을 담는 한 짝의 낡은 구두
삶이란 뒤축의 힘으로 일어서서
뒤축의 힘으로 무너진다.
뒤뚱거리는 어수룩한 나의 뒷모습에서
또 하나의 슬픈 아버지를 본다.
거친 돌부리에 채이면서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방랑의 길
상처투성이의 검정 구두 한 켤레에
담긴 굳은살의 추억과 아픔들
뒤축의 힘으로 일어섰다 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유전(遺傳)
나는 버려진 구두처럼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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