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사람 기다리는 우체통처럼
신문을 본다
신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다
신문에서 우체통 냄새 난다
신문에 낙서한다
신문은 몇 번의 비틀리는 저항 후
마른 배를 내민 채
낙서된다
신문에 낙서되는 것을 본다
핸드폰이 울린다
울리는 것을 듣는다
지잉~ 지잉~ 울음 소리가 좋다
신문이 점차 자글자글 해진다
우는 것 같은 주름이다
길 가에서 한참 조용하게 서 있는 우체통을 보았다
신문이며 핸드폰을 밀어 넣는다
잠시 뒤에
우는 소리 들린다
은행잎 몇 개 주워 넣는다
손목까지 들이밀었다가,
울 사람 기다리는 우체통처럼
말 없이 멀뚱해지는 날들이
알아진다
그냥 알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