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심리학, 로버트B.세틀/파멜라L.알렉, 세종, 2003

 

 

 

 

지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오페라나 발레 등을 관람하거나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을 드나들고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골프 클럽 등에 가입하기도 한다. 이들은 서비스 자체를 즐긴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소비행이ㅜ가 남들에게 보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들은 바로 그 장소에서 바로 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바로 그것을 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거의 항상 환자들이 생리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료차 병원을 방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생리적 니즈보다는 확인, 관심 또는 대화 등의 심리적 니즈의 충족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치료의 실제적인 효과에 관계없이 물건처럼 취급 받으면서 심리적 니즈에 대한 만족을 얻지 못하면 불만스러워한다.

 

 

 

오전 9시쯤, 한 바에 바텐더가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막 문을 열 때였다. 단정한 옷차림의 한 나이든 신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서 있었다. 문을 열자 그 신사는 급히 보드카 한 잔을 주문했다. 아침부터?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바텐더는 그의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이상한 신사는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검지손가락 주위를 감싸더니만 보드카에 담갔다가 넥타이에 묻은 작은 얼룩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위의 사례처럼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학생은 엄마들이 왜 특정한 종류의 쿠키를 자녀에게 사주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쿠키의 영양학적 가치가 엄마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 순진한 학생은 엄마들에게 직접 이에 관해 물었고, 거의 모든 엄마들이 쿠키의 영양학적 가치가 구매 결정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중에 용감한 엄마가 한 명 있었으니, 그녀는 웃으면서 학생의 눈을 쳐다보며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단언했다.

이봐요 학생, 쿠키라는 건 아이들에게 주는 일종의 뇌물이에요. 아이가 쿠키를 좋아하면 할수록, 더욱더 효과적인 뇌물이 되는 거지요. 어차피 아이한테는 건강에 좋은 음식들만 먹이고 있으니까, 쿠키가 그다지 좋은 음식이 아닐지라도 몇 개 준다고 해서 크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니까 쿠키를 고를 때 영양학적 가치 따위에 대해선 난 조금도 상관 안 해요!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자신이 미움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잠재의식 속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해!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될 때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인생에서 어떤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상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녀는 몇 개의 주름이 생길 만큼 성공했고, 그 주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만큼 현명했다 콜라겐/미용제품

 

 

 

소비자의 그릇된 지각은 면도날처럼 치명적일 수 있다. 목덜미에 상처가 나고서도 오렌지주스를 마시기 위해서 고개를 처들기 전까지는 상처가 났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햄을 오븐에 굽기 전에 항상 아내가 햄의 끝부분을 2인치 정도 잘라내는 모습을 보고서 궁금해 하던 남편이 하루는 왜 끝부분을 잘라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무심하게 원래 그렇게 하는 거라고 대답했다. 몇 달 후, 그는 장모도 아내와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보고서, 신기한 나머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장모는 역시 똑 같은 대답을 했다. 1년 후, 그는 아내의 외할머니집 부엌에서도 똑 같은 모습을 목격하고서,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안하시면 안 되나요? 그러자 외할머니가 대답하셨다. 안 그러면 우리집에 있는 가장 큰 오븐 그릇에도 안 들어간다니까.

 

이처럼 소비자들은 이따금 이유도 모른 채 학습한다.

 

 

 

사실 학습은 보통 무의식적인 활동이다. 대개 소비자들은 학습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학습은 아주 어려서부터 일어나고 있으며 일생을 통하여 계속된다.

 

 

 

GM의 85년도 셰브롤레(Chevrolet) 잡지 광고의 카피는 당신이 카프리스(Caprice)의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 차의 소유자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였다. 이와 비슷하게 BMW의 잡지 광고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네티컷 주의 그린위치부터 영국의 그린위치까지 한때는 유한계급을 상징하던 세단이 이제는 유한계급에 턱도 없이 못 미치는 자동차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한 재정적 여유가 가장 없는 사람들이 할인도 안 되고 꽤 가격이 비싼 편의점을 가장 즐겨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들은 앞을 내다볼 수가 없고, 식단을 계획하여 1주일치의 장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날 필요한 식품을 사곤 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그날 저녁에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몇 가지 사러 갈 뿐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에 가는 대신 가까운 편의점에 가며, 그 때문에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이동식 주택 광고는 종종 하류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당신이 작년 여름휴가에 쓴 돈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라고는 손바닥만한 호텔 영수증 뿐이다.

하지만 상류층 사람들은 이러한 광고를 무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형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매년 잠깐씩 이용하는 것이 호텔 숙박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류층 소비자는 돈을 쓴 만큼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데 돈을 쓰고 싶어한다.

 

 

 

하류층 사람들은 감정과 애착을 금세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상류층 사람들은 공공연하게나 개인적으로나 사랑, 감정, 애착 등을 훨씬 더 자유로이 표현한다. 하류층 사람들은 애정과 애착을 보여주는 것이 약하다는 표시라고 여기는 반면에, 상류층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이 바람직하고 고상하다고 여긴다.

 

 

 

근로자 계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밀러 라이트 맥주를 위한 TV광고에서는 남성 등장인물 간의 동료애와 우정을 적대적인 척하면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밀치는 행위들로서 표현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같은 맥주라도 상류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미켈롭이나 버드와이저 광고에서는 남자들 사이에 서로에게 존경을 표현함으로써 그려내고 있는데, 근로자 계층의 남자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수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류층 사람들이 심대한 손실을 겪는 경우 이들은 전형적으로 결정론(predetermination)과 숙명론(fatalism)에 매달린다. 그에 반해 상류층 사람들은 곤란한 결과를 피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반대로 하류층 사람들은 실패와 손실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운명이나 운이 나쁘거나 또는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한다. 그들은 죄책감으로부터 훨씬 자유롭지만, 상류층 사람들은 이러한 손실을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활용하여 미래에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하류층 사람들은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고수한다. 그들은 남편과 부인 사이에 역할과 책임의 구분을 분명히 한다. 부인은 요리, 빨래, 육아와 그 외 살림을 맡고, 남편은 차, 차고, 마당 등 기계적이거나 전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남편이 내리고, 함께 의사 결정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류층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이와 비슷한 유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들의 경우에는 성별 역할이 훨씬 덜 뚜렷하다. 그리고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경우도 있고,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기도 하며, 쇼핑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 계층의 가정에서는 주로 아버지들이 벌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서 벌은 조롱이나 꾸지람부터 신체적인 벌까지 다양하다. 하류층 사람들은 논리보다는 권위에 의존한다. 학생과 교사가 대립한 상황에서 상류층 부모는 그들의 자녀편인데 비해, 하류층 부모는 그들의 자녀가 무엇인가 잘못을 저질렀고 권위 있는 교사가 옳다고 믿는다. 하류층 부모는 그들의 자녀를 다스리지만, 상류층 부모는 자녀들 역시 동등하다고 믿는다.

 

 

 

근로자 계층의 부모는 복종을 강조하고 순종적이고 양순한 아이들을 원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공손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 특히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상류층 부모들은 자녀들이 협동적이고 사랑할 줄 알고 나눌 줄 알며, 행복하고 자신을 절제 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아이들은 의인화하는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이 소비자들은 인간 캐릭터인 장난감을 살아있는 존재로 여긴다. 물론 이들은 만화영화에도 열광한다. 완구회사들은 아이들이 의인화를 좋아하고 만화에 심취한다는 사실을 잘 파악하여 활용하곤 한다.

 

 

 

크라이슬러(Chrysler Corp.)가 선보인 다지 랜서(Dodge Lancer)의 잡지 광고 헤드라인은 우리는 스포츠카를 안에 숨겼다이다. 다지 랜서는 가족용 세단의 실용성과 스포츠카의 성능을 함께 지녔다. 첫째, 재미로 시작한 카피는 실용성에 대해서는..이라고 이어진다. 이 창의 구상과 프로모션은 모두 30대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집단은 아직까지 젊은이다움을 져버리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기준에 맞추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새로 나온 캔디바를 먹어보는데 그렇게 크게 금전적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다. 맛이 별로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잊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까짓 돈 몇 백 원 때문에 안타까워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캔디바라도 꼬마 아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 아이는 캔디바 판매대 앞에 서서 여러가지 캔디바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면서 끙끙대며 고민할 것이다. 왜냐하면 몇 백 원이 이 꼬마에게는 쉽게 벌 수 없는 큰 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험 자본이 적으면 인식되는 위험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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