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예찬
함민복
쥐가 꼬리로 계단을 끌고 갑니다. 쥐가 꼬리로 병 속에 든 들기름을 빨아먹습니다. 쥐가 꼬리로 유격 훈련처럼 전깃줄에 매달려 허공을 횡단합니다. 쥐가 꼬리의 탄력으로 점프하여 선반에 뛰어오릅니다. 쥐가 꼬리로 해안가 조개에 물려 아픔을 끌고 산에 올라가 조갯살을 먹습니다. 쥐가 물동이에 빠져 수영할 힘이 떨어지면 꼬리로 바닥을 짚고 견딥니다. 삼십 분 육십 분 구십 분 – 쥐독합니다. 그래서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삶은 눈동자가 산초열매처럼 까맣고 슬프게 빛납니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네21중 - No.579 (0) | 2006.11.26 |
---|---|
맥주의 맛으로 표현하자면 약간은 맛이 덜한 경향이 그에게 있었다 (0) | 2006.11.23 |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산문집 (0) | 2006.11.19 |
순수하다 쓰고 허황되다 읽는다 (0) | 2006.11.15 |
종말의 바보 - 이사카 고타로 (0) | 2006.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