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랜덤하우스, 2006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동네도 여기처럼 방향을 헷갈리기 쉬웠잖아. 그래서 애들이 길을 잃고 우왕자왕했지.”
“그래요.”
“어느 집 애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아스팔트에다 집으로 가는 화살표를 그려 넣기도 했지?”
“그래요.” 시즈에는 그때가 그리운 듯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기 시작해서 길이 온통 화살표투성이가 되어 결국에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됐었죠.”
종말의 바보 중(中)
“우유부단 대회가 있었으면 넌 분명히 1등일 거야. 내 아들이지만 질렸어.”
…..
“하지만 진짜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면 그 대회에 나갈까 말까부터 고민할 테니 그런 콘테스트 자체가 개최되지 않을 걸요.”
태양의 약속 중(中)
“저것 봐.” 잠시 뒤 쓰치야가 정면의 태양을 가리켰다. 저물어가는 태양은 하늘에 붙여놓은 깨끗한 원형 스티커처럼 선명했다. “소행성이 떨어져서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틀림없이 저 태양이나 구름은 남을 테지?”
“그러고 보니 그렇군” 저 스티커는 쉽사리 떼어낼 수 없을 것 같다.
태양의 약속 중(中)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글자들이라서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나에바 씨의 말투는 정중했을 게 틀림없다. “지금 당신 삶의 방식은 얼마나 살 생각으로 선택한 방식입니까?”
강철의 킥복서 중(中)
“내가 먼저 죽을 거면 이 녀석 먹이가 되고 싶습니다만.”
“아니, 그런.” 예상외의 대답에 흠칫했다. “그런 대담한….”
“지금 바로 죽어서 먹이가 되어줄, 그런 정도의 용기는 없지만.”
“그러시면 불도그가 울 거예요.”
“멍! 하고 울겠죠.”
가족의 탄생 중(中)
“성격 탓일까, 연체하는 사람들은 대개 정해져 있지요. ” 나는 리스트를 손으로 훑으면서 말했다.
“그럴 거 같네요.” 여자가 웃었다.
“내가 몇 번씩 전화를 했는데도 ‘빨리 얘기 했어야지!’ 화를 내기도 하고 ‘또 빌리러갈 테니 좀 봐줘.’ 협상하려 들기도 하고, 별별 사람들이 다 있죠.”
그중에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연체료를 내러온 손님이 “이왕 왔으니 이걸 빌려갈까?”하고 신작 코너의 비디오를 꺼내 ‘1박 2일’로 빌려가는 것이다. 입 밖에 낼 수는 없지만 ‘당신, 절대로 내일 돌려주지 않을 거잖아?’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부탁이니까, 자신을 과신하지 말아줘.’ 이런 생각도 했다. 예상대로 그들은 다음날 반납하러 오지 않았다. 그리고 연체자 리스트에 또 올라간다. 내가 재촉 전화를 걸고, 그들은 언짢아한다.
노인의 망루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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