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문은 열쇠를 세로로 꽂아서, 열쇠의 윗부분이 오른쪽으로 가게끔 돌려야
문이 잠긴다.
나는 이것을 매번 잊어먹는다.
퇴근 후 문이 잠겨있으면, 열쇠를 꽂아서 ‘연다’고 생각하고는 키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러면 열쇠가 헛돌고, 반대편으로 다시 돌려야 문은 열린다.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매번
문을 열 때, 문을 잠근다.
문을 열 때도 문을 잠그고, 문을 잠글 때도 문을 잠근다.
나는 이것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잊어먹는다.
어쩌면 나는 꼭 닫힌 사람이 아닐까?
마음 구석에 우선은 잠가야 안심이 되는 장치가 있어서,
혹시라도 잠근 줄 알고 문을 열고 집을 나설까봐,
키를 꽂으면 우선 열쇠를 오른쪽으로 돌리게끔 내 의식을 조종하는 것이 아닐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침범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소음을 싫어하고 시야가 훼손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우선 한 번 잠그고, 그(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다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
문이 쿵, 쿵,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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