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을 1년간 한 곳에서 자고 일어나게 할 경우
그곳의 아침 풍경은,
이빨 닦으며 구역질 해대는 소리로 시작될 것이다.
여타의 감정 없이, sound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이빨 닦으며 구역질 해대는 소리는
돼지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돼지처럼 마시고
다음날, 돼지처럼 운다.
한국의 아저씨들 중 술을 사랑하는 상당수는 내심
대한민국이 음주강국이라는 것을 뿌듯해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뉴스를 통해, 꼬집혀지는 한국의 음주문화를 바라보며
“역시 한국 사람은~”이라 말하며 묘하게 웃음 짓는 아저씨들을 볼 때면
군대 얘기 하면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역시 군바리들은~” 하면서 웃는 웃음과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모습은
“역시 우린 안돼~” “역시 우린 어쩔 수 없어~” 하는 자조의 웃음이다.
한국에서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한 젊은이들은
모순되는 두 개의 가치관에 대해서 나름
자기식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나는, “술은 어른에게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술자리 격식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네 망가진 모습 좀 보자/ 마시고 죽자”라는 무절제에 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술에 취해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을
“개로 변신했다!”며 인간 취급도 안 해주지만
“취해서 그런 건데 뭘” 하며 넉넉하게 보아주기도 한다.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술을 잘못 배우면 안 된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선배와
그 선배가 폭탄주를 만들어 먹이며 겔겔대는 모습을 보고
즐길 수 있거나, 견디거나, 피할 줄 알아야 한다.
술자리에도 격식과 예절이 있다,는 것과
술자리에서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 좀 망가지라는 권유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모두,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며
둘 모두, 강요성을 지닌 말이다.
한국이라는 동네야 예전부터 격식이며 예절 강요에는 스페셜강대국이었으니까
술자리에서 그러는 것이 딱히 이상할 건 없지만,
이를 테면 “얌전히 술 마시겠다”, “마시고 싶은 만큼만 마시고 싶다”는 사람에게
“어디서!” “마셔!”라고 권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수준 낮은 예절인 걸까?
혹은, 술자리 예절이란,
비단 맨 정신의 예절보다는 급이 낮아서,
윗사람은 음주를 강요하고, 망가짐을 지시하고,
아랫사람은 이때다 들이붓고 망가지고 욕하고
그런 게 스페셜예절강대국의 음주예절인 걸까…
나도 분명, 함께 술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편안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바란다.
그런데 나와 술 마시러 나온 사람이, 이미 숱한 술자리에서
이를 테면 ‘선배대접’이라는 것에 길들여져서
“한 잔 받으십시오 선배님”이라고 말하면,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마치
“그래 너도 한 잔 받아”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간신히 “에이~ 편하게 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대방은 별로 편해 보이지 않는다.
입장을 바꿔보면 나도 그런 말 한 마디로 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말을 안 믿으니까.
소위 말하는 상급자가 “편하게 하라”고 해서 정말 편하게 하는 사람을
군대에서는 ‘고문관’이라고 하고, 사회에서는 ‘찐다, 멍청이, 뭘 모르는 놈’이라 한다.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설사 상대방이 진심으로 편하게 대해주길 바란다고 해서
편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
스페셜 예절 강대국 대한민국의 술자리이다.
한편, 이 대화가 바로
조폭영화에 나오는 대화 스타일이다.
“한 잔 받으십시오 형님”
“그래, 너도 받아라”
가끔 한국사람들이 일본문화를 비웃을 때
‘기의’와 ‘기심’을 두고 꼬집는다.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는 것.
“좋습니다”라는 말이 결코 좋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글쎄…
그러면 한국은, 술 문화에도 식민 잔재가 남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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