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나는 2호선을 탄다.

용두동에서 성수역까지 가는 2호선을 타고

성수역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반대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출근길이라 맞은 편 열차가 오는 것이 보이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야 하는데

하루는 내 앞에 늙은이 네 명이 나란히 횡대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도 가보려 하고, 저렇게도 가보려 하는데

아무래도 늙은이들인지라 성급하게 뚫고 갈 수가 없었다.

열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마음 급한 센터포드가 되어 이리 저리 드리블을 해대는데

늙은이 포백 수비는

베어백이나 히딩크도 못 당할 그런 것이라

결국 열차를 놓쳤다.

 

 

 

궁금한 것 하나,

왜 늙은이들은 한 줄이나 두 줄이 아니라 나란히 횡대 네 줄로

차이 나지 않는 속도로 계단을 내려가던 것이었을까?

그라운드처럼 넓은 곳이라면야 소용 없겠지만

풋살 그라운드처럼 좁은 곳이라며

늙은이 포백을 뚫을 선수는 별로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열차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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