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취업꼭해야할까?취업하니좋아?”
나는 답장을 했다.
“아무생각안해도되고돈이생기는건좋아~일안하고생활가능하다면취업안하는게좋지~”
아는 동생이 답장을 했다.
“아하~너무낭만적이잖아할수만있다면대리만족시켜주지”
그리고 계속해서 일을 했다.
전구와 별과 구름과 욕조와 날개 달린 돼지가 등장하는 시안을 제작하고 있다.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더구나 이번처럼 art가 매우 뛰어난 안을 작업 중일 때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 없이 바쁠 때!”
폭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폭 빠져 있다는 느낌은 머리가 아득하니 아무런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명상이나 기도를 통한 감각과는 많이 다르다.
물에 빠졌으니 수영을 한다는 식의 생각 없음이다.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야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이해할 여지를 뺏긴 상태)
명상이나 기도 쪽에 재주는 없으나
아마도 그 쪽에서의 아무 생각 없음은
물에 빠졌으나 물을 감지하지 않는 영역이나
처음엔 물에 빠진 것이었으나 종래 물을 이해하게 되거나 동화되는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일한다’는 느낌은
그냥 직업이니까 일한다는 그런 느낌이다.
건설현장에서 ‘돌 가져와 돌, 물 가져와 물’ 하듯이
‘아이디어 가져와 아이디어! 카피 가져와 카피!’ 그런 느낌.
이 직업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것을 좋아하고 아끼고 있긴 한데
이것을 좋아해야만 하는, 혹은 좋아하는 명확한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느끼면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Advertising이라는 것이 왜 있어야 하는지
꼭 지금의 한국과 같은 형태로 있어야 하는 건지
그 속에 꼭 내가 포함되는 것이 맞는 건지
나는 그 속에 어떤 부분이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게 좋을지…
몸은 바쁘더라도 생각은 풍성할 때
나는 나름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왜 배는 올록볼록 하면서 숨을 쉬고
왜 공기를 통해 무언가(산소라고 부르는, 그러나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는)를
몸에 통하게 해야 하는지…
대학 말미에 시간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내게
이해한 후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한 후의 이해가 강요되었고
또 나는 잔뜩 쫄아서 그대로 받아들였고(그 세상에 합류되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그에 창피해할 사이도 없이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샤샤샥-!
Thumb nail처럼 지나쳐가고…
나의 하루하루는 이해된 채로 넘어가고 있는 걸까?
다른 나라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직업에서 신입들에게 ‘정신 없음’을 배려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주는 benefit들은 잘 알고 있다.
‘process’의 습득이나 실력향상, 같은 것이 매우 효과적으로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만, 내가 불안한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이해해보자”고 한 것들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되돌아보면, 뭔가에 꿰어 맞춘 듯 자기도 모르게 이미
이해 되어진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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