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취를 할 때 고양이를 키웠던 적이 있다.

춘천에 있는 소극장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아기를 가져서

그 중 한 마리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석을 '감자'라고 불렀고

그녀석은 나를 '냐옹'하고 불렀다.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툭하면 네이버 검색창을 이용했다.

 

밥은 뭘 줘야 해요?

목욕은 얼마나 자주 시켜야 해요?

집에 혼자 둬도 돼나요?

발톱은 어떻게 깎아주나요?

 

우리는 아주 솔직하고 서로에게 만만한 관계였다.

나는 짜증나게 굴 때 이녀석을 벽에 집어 던졌고

이녀석은 내가 맘에 들지 않을 때 할퀴거나 잠든 사이 내 이불 위에 똥과 오줌을 쌌다.

 

6개월 정도 지났을 즈음

암코양이는 발정기가 찾아오면 아주 괴로워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은 나는

역시 또 네이버 검색창을 이용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떠들고

또 그 사랑의 표현으로 고양이를 거세시키거나 불임 수술 시킨

수 많은 지식인들께서

불임수술을 권하는 글을 보고

나는 별 고민도 없이 불임수술을 시켰다.

 

불임 수술 후 11시간 만에 감자가 죽었다.

 

수술이 끝나자 바로 데려가라고 했다.

불안한 나는 여기 하루 두면 안되나요? 하고 25살의 촌스런 학생처럼 물었고

괜찮습니다, 데려가세요. 하고 의사는 의사처럼 얘기했다.

 

감자가 계속 괴로워하고 30초에 한 번씩 경련과 출혈을 일으키자

저녁 6시 즈음 다시 병원에 데려갔다.

당직 의사는, 봉합이 좀 잘 못 된 것 같네요, 하면서 붕대를

목을 조르듯이 감아서 돌려주었다.

데려가세요, 하고 의사는 의사처럼 얘기했다.

 

새벽 1시 30분에 11시간 동안의 괴로움 뒤에 감자는 죽었다.

만약 감자가 다시 살아돌아와서 그날의 그 일을 떠올린다면

나는 감자의 똥과 오줌 속에서 몇 달은 뒹굴어야 될 것이다.

 

4년이 지났다.

지난 4년간 탓을 돌릴 대상을 찾아봤는데

결국은 누구 탓이 아니라 내 탓인 것 같다.

 

내가 고양이라도, 하다 못해 불임 수술을 당하다가 죽고 싶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한 생명과 함께 사는 데에 있어서

전적으로 남의 생각과 남의 경험들만 듣고 따랐는가 하는 것이다.

 

고양이를 불임수술 시키는 것이 보편적이며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이 전혀 상식적인 일이 되어선 안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내가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아마도,

고양이에게 발정기가 찾아왔을 때, 고양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자신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기가 귀찮았던 것 같다.

 

내가 고양이를 그리 사랑하진 않은 모양이다만,

고양이가 힘들어 한다고 해서 불임수술 시켰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그건 대단히 무책임한 생각과 행동이었던 것 같다.

무사히 감자가 수술을 마치고 지금 내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발정기에 감자가 집 밖으로 나가

더러워져 오거나, 병에 걸려 오거나, 임신 해서 돌아오거나, 혹은 돌아오지 않게 되는 게 싫었다.

그렇다고 짝짓기를 시켜줄 요령도 없었다.

그렇더라도 좀 더 성의껏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요즘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지식검색을 종종 이용하고는 한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지식검색이라는 방법은

사람을 상당히 무성의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만약 내가 한 아이를 입양해서 함께 살고 있을 때

내가 어떤 문제에 처했을 때 그 아이가

아빠, 인터넷에서 알아봤는데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라고 그 녀석이 말한다면

나는 섭섭할 것 같다.

 

나는 어딘가에서 삽을 훔쳐서

제일 큰 가방에 죽은 감자를 넣고 자전거를 타고

병원을 찾아갔다.

책임 따질 생각 없다. 죽은 이유의 정확한 원인을 알려 달라. 고 말한 뒤

산에 올라가 땅을 팠다.

 

돌아와 물어보니, 내출혈이 주원인이며 내장봉합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고양이는 지방이 많아서 수술 후 살이 잘 아물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 고양이는 비만이었고....

 

됐다! 감자를 달라! 고 하자, 법적으로 매장은 금지되어 있어서 자기네들 쪽에서 소각시켜주겠다고해서

그러라고 했다.

 

수술 동의서를 쓰고(안 쓰면 수술 안 시켜주므로)

수술 시켰는데 동물이 수술 실수로 죽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지식인에 써넣으면 또 이런 저런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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