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 어미

 

 

                                이기선

 

 

어둠 속에서도 반듯하게 썰리는 가래떡이 어미는 슬펐다 오해란다 석봉아 세상이 어두우면 누구라도 칼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니 무수한 칼자국을 자기 안에 감추고 있는 어둠, 어미는 그날 밤이 무서웠다

 

네 붓끝이 빨아들이지 못한 어둠이 창문 밖을 덧칠하는 밤이다 네가 버리고 간 글자들 옆으로 얇게 썬 떡살을 갖다대며 울음 우는 밤이다 어미는 뜻을 알지 못한다 다만 무늬가 아름답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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