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최문자

 

알 수 없는 식욕은 무서워

그것이 넘치고 넘치면 더 무서워

아마 죽어서 하루살이가 될꺼야

입을 싹뚝 자르고

전 생애를 굶으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돌돌 말면서

입이 없이 새까맣게 고요해지는

하루의 끝.

 

오늘 어금니 한 개가 부러졌다.

몇 십년 식욕에 닳고 닳아서

죽은 갈비살 하나 못 이기고 툭 부러졌다. 어쩌면

하루만, 하루만 더 하고 삶을 구걸하지 않는

하루살이, 부러질 어금니 하나 없는 무음의 입

그 축복을 비척거리 따라갔을까?

반쯤 남은 어금니를 물고

하루 종일 치통을 견뎠다.

하루살이의 전 생애를 굶으면서

입이 없는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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