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최문자
암병동 베란다에서 한 청년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저런 휘파람에 취한 적이 있다.
길을 걷다가 발을 멈추고
휘파람 때문에 휘파람 속으로 들어갔다가
휘파람 때문에 휘파람 속에서 나왔었다.
휘파람의 끝은 푸르르 먼지 날리고
나를 넘어뜨린 소리는 거친 껍질뿐이었다.
휘파람 소리를 지우는데 꼬박 삼십 년이 걸렸다.
위와 유방을 한꺼번에 잘라낸 환자가 내게 곡명을 물었다.
휘파람이 잠시 붙들고 있는 그녀의 통증.
청년이 계단 입구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사랑의 기쁨’ 마지막 부분이 중간에서 잘렸다.
곡목과 그녀만 남았다.
벚꽃 무더기였다가
잎 다 떨어진 휘파람
껍질이 프르르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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