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323호

 

 

                           김종미

 

 

 

 

둥지를 짓지 않는 황조롱이가

쓸만한 둥지를 찾아 도시의 하늘을 배회한다

도시의 하늘은 높은 유리빌딩의 벽에도 스며있어

황조롱이는 쏜살같이 빌딩의 유리벽을 향해 날아든다

9·11 자살테러비행

그 엄청난 비극의 순간도 화면으론 영화처럼 아름다웠지만

그러나 이것은 자살도 아니고 테러도 아니다

생존일 뿐

고통으로 파닥거리는 황조롱이에게

사람들은 천연기념물 323호라는 명찰을 달아준다

 

빌딩의 커다란 간판 뒤에 일가를 이룬 천연기념물 323호

삭막한 그곳도 훈기를 풍겼으니

갓 깨어난 새끼들과 그 어미를 먹여 살리기 위해

수놈은 더욱 힘차게 날아올라 유리벽을 향해 돌진한다

몇 번이나 속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받아들이기가

죽기보다 어려운 도심 속의 삶

 

수놈은 머리가 깨어져 죽고

수놈을 기다리다 지친 암놈은 배가 고파 둥지를 떠나고

버려진 새끼들이 굶어 죽으면

사람들은 천연기념물 323호에 대해 날마다

책상을 맞대고 길고 긴 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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