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허영숙

 

 

 

 

세탁물을 맡기려고 주머니마다 손을 넣어본다

음식점 계산대에서 가져온 박하사탕이 나온다

우체국 등기 영수증이 한 장, 동전 몇 개가 모두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다

나는 왼손잡이임이 틀림없다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마릴린먼로, 채플린, 로버트레드포드, 오프라윈프리

미켈란젤로, 피카소, 베토벤, 이승엽…… 그리고 아버지

그들은 내게 왼쪽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다

왼손으로 숟가락을 들 때마다 어머니는 뿌리를 들먹이며 밥그릇을 낚아 채갔다. 오른손으로 들어올린 숟가락 위에 부들거리며 미세하게 떨던 밥알이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럴 때마다 묵묵부답 밥을 목안으로 불편하게 밀어 넘기던 아버지, 왼손으로 식구들의 생계를 잇는 당당함을 어깨에 가지고도 닮은꼴에 대한 어머니의 개론이 밥상 앞에 무차별 살포되는 날이면 낮은 포복으로 숨죽이던 아버지가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다. 나와 내 아버지에게 때때로 불리했던 세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왼손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내 아이가 왼손으로 짜장면을 먹고 있다

길다란 면발이 나무젓가락 사이에 한 점 떨림도 없이 매달려있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0) 2006.12.25
기차 - 안도현  (0) 2006.12.18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0) 2006.12.18
앵두가 뒹굴면 - 김영남  (0) 2006.12.18
정남진 일출 - 김영남  (0) 2006.12.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