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조금만

 

 

 

 

아침 출근길 개찰구를 빠져 나오다

지갑을 꺼낸다는 것이 들고 있던 시집을

교통카드마냥 가져다 대었다

전날의 술이 시집에까지 묻었음인지

시집을 쥔 손이 축축했다

줄줄이 쓰러지는 도미노 속에서

교통카드를 찾아 가방을 뒤지다 슬그머니

줄 밖으로 밀려났다

밤새 도미노에 부딪힌 듯 매일 아침 뻐근한 목덜미

혹시나 싶어 시집을 몇 번 더 개찰구에 대어본다

, 쪽, 빨려 들어가

채 한 마디 써보지도 못하고 증발되는

잉크방울 같은 사람들

로부터 다시 밀려난다

, 배고파

 

시 한 줄에 도심 한 구역의 이동이 허용된다면

시집 스물 아홉 권을 들고

나이권(圈) 바깥 달까지

이천 이백 정거장을 날아갈 텐데

달나라 갈 생각하니

, 배고파

토스트 가게 앞에서 다시

침 묻은 시집처럼 서있는다

시집은 가벼워서

오래 들고 있어도

구두 뒷굽이 조금만 눌린다

 

조금만

시집으로 돈을 벌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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