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

 

 

 

 

 

 

손바닥만한 스피커에서 들리는 커피 열매 같은 음악

유리잔을 두 개 들어 스피커를 덮네

딸그락 딸그락 유리벽에 커피 열매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

음악아,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련? *

유리컵 속 반짝이는 스타벅스가 되련?

콩밭 매는 아낙네가 되련?

선택은 사실 아주 쉽단다

단순한 사실과 착각이 우릴 연주하는 법이니까

유리잔 두 개를 들어 양쪽 귀를 막는다

귓속으로 굴러들어가는 커피 열매들

눈을 감고 힘주면

내 힘으로 커피를 녹일 것 수 있을 것만 같아

하늘의 별들이 다방으로 보이기 시작하네

스피커처럼 손금이 생겨

손바닥 안을 기어 다닌다

유리란 최면처럼

아름다움을 기억시키네

유리란 아주 오래 전 삼켰던

그녀의 침, 그녀의 침, 그녀의 침

뜨거운 열매 같았던 음악

나를 떠난 너는 무얼 하고 있니?

 

 

 

 

 

* 윤동주 시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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