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의 과정
영화 L’enfer*를 보고
광화문을 걷는다
피가 쭉 빠져버릴 것처럼 환하게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청계천 루미나리에를 보며
스페인 혹은 로마의 어느 궁정 앞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5색 물들어 흐르는 수돗물 사이로
어머니 시체가 떠내려 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좀 더
생각이 있었다면
어머니 장례식장 복도를 루미나리에로
장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쭈그리고 손 비비며 이런 생각을 적고 있자니
검은 유리의 Bar가 자궁처럼 불룩해지고
술 취한 아기 예수 마냥 떠드는 사람들,
이들 등에선 이불날개가 솟을 듯하다
커다랗게 부풀어 나만 뚝 때어놓고 날아가버린
묵직한 누른 솜 날개가 내게도 있었던 것처럼
한겨울 피보라치듯 솟아오르는 분수 주위에
사탕 문 일가족이
서울 43 나 8510 소나타 Ⅲ 를 몰고 들어온다
아 자리를 비켜줘야지
가족이란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테니까
루미나리에 빛 무늬가
프랙탈 구조일까 아닐까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300KW 빅뱅이 일어난다
아!
멀리 날아가버리는 어머니
소나타를 몰고 5색 선글라스를 끼고
검정 파도를 누비신다
누른 솜 우주를 만드신다
오줌 싸란다
엄마 품에
오줌 싸란다
*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영화, ‘지옥’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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