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심플리시티(deep simplicity) – 존 그리빈, 한승, 2006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물리 법칙에 따르면 위치와 시간 구간을 아무리 작게 잡아도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계산하려면 무한 번의 논리적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이런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왜 작은 조각의 공간·시간이 어떤 일을 할지 알아내기 위해 무한한 양의 논리가 필요할까? 이 때문에 나는 궁극적으로 물리학에서 수학이 불필요해질 것이라는 점, 마지막에는 물리학의 기계적 뼈대가 드러날 것이라는 점, 겉보기에 복잡해 보이는 체커 게임처럼 물리 법칙도 단순하다는 점이 밝혀지리라는 가정을 자주 하곤 한다.
- 리처드 파인먼의 <물리 법칙의 특성>에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조차 지구와 만날 때까지(동일한 힘이 지구와 사과 사이에 작용하지만 가속도가 질량에 반비례하고 지구 질량이 사과 질량보다 매우 크기 때문에) 지구를 아주 조금 끌어당긴다. 궤도에 관한 한 이것은 말하자면 달이 지구 주위를 궤도 운동하는 대신에 지구와 달이 두 천체의 상호 질량 중심 주위를 회전함을 의미한다(지구가 달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상호 질량 중심은 지구 안에 있다).
라플라스는 뉴턴의 법칙과 단계적인 되풀이 기술을 사용하여 이 영향 때문에 929년마다 두 행성의 궤도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전체적으로 거꾸로 된다는 것을 계산해 냈다. 929년을 주기로 목성의 궤도는 조금씩 팽창하고 토성의 궤도는 조금씩 줄어들다가 반대로 목성의 궤도가 조금씩 줄어들고 토성의 궤도는 조금씩 팽창하는 일이 반복된다. 라플라스는 자신이 태양계에 다시 질서를 회복했다고 생각하고, 나폴레옹에게 자신은 하나님을 ‘가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맥스웰 방정식의 첫 번째 이상한 성질은 광원이 광속을 측정하는 사람(또는 장치)에 대해 어떤 상대 운동을 하든지 관계없이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따르면 누군가가 불빛을 내게 비출 때 두 사람 모두 같은 광속 c를 측정한다. 두 사람 모두 정지해 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내가 또는 다른 사람이 매우 빠른 속력으로 움직일 경우에도 광속을 측정하면 여전히 두 사람 모두 같은 광속 c를 얻는다. 내가 다른 사람을 향해 접근할 때도 또는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멀어질 때도 그렇다.
에너지 보존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에 의하면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단지 한 형태의 에너지에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될 뿐이다. ‘말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말이 먹은 건초에서 나오고, 건초는 산소와 결합해 말의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화학적 연료를 공급한다. 또 화학적 형태로 건초 속에 저장된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태양으로부터 온 것이다.’ 등의 생각을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보존의 원리는 닫힌계(외부 세계와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는 계로 마찰이 없는 면과 같이 물리학자들이 상상해 낸 또 다른 이상적인 계) 안에 들어있는 전체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는 열역학 제 1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톰슨, 클라우지우스와 그들의 동년배들이 개발한 방정식을 이용하면 우주의 어딘가에서 질서가 생기는 것을 보일 수 있는데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 더 많은 무질서를 만들어내는 대가로 이런 질서가 만들어진다. 열역학 제 2법칙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얼음 조각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의 냉동 칸을 이용한다고 하자. 이때 냉장고 엔진은 물을 얼리기 위해 냉매를 순환시켜 ‘사라지게 하는’ 열보다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진자를 어떻게 진동시키든(좌우로, 앞뒤로 또는 원형으로)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면 동일한 최종 상태에 이르게 되고 어떻게 이 상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열역학적 언어로 말하자면 계가 평형에 이르는 순간 계는 초기 조건을 잊어먹는다. 현재 어디에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볼츠만은 자신의 저서 <기체 이론에 대한 강의(Lectures on Gas Theory)>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주 전체로는 공간의 위아래가 없듯이 시간의 두 방향도 구별할 수 없다. 그러나 지구 표면의 특정한 장소에서 지구 중심을 향하는 방향을 ‘아래’ 방향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런 세계에 특정 시간 동안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시간의 ‘방향’은 가능성이 적은 상태로부터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이동하는 것(앞의 것이 ‘과거’가 되고, 뒤의 것이 ‘미래’가 된다)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의에 의해 생명체는 나머지 우주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자신의 작은 공간이 ‘초기에는’ 언제나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6시간 후의 일기예보를 하기 위해 수 개월(또는 7시간) 걸려 계산을 해야 하는 비실용적인 면(수학자로서 이 일이 아무리 보람된 것이라고 하더라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독자들에게 각자 기계식 계산기(일종의 더하기 기계로 전자식 휴대용 계산기의 전신)를 가지고 문제의 한 부분만 연구하는 64,000명의 인간 ‘컴퓨터’들이 축구 경기장과 같은 원형 경기장에 앉아 무대 중앙에 선 수학 지휘자의 지휘하에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거나 또는 압축 공기관을 통해 자신들의 계산 결과를 주고받는 ‘일기에보 공장’을 마음속에 그리도록 요구했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 공상이다.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율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로렌츠가 관심을 가졌던 현대적인 카오스이해의 핵심이 되는 것이 초기 조건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기후(또는 다른 복잡계)의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을 보통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한다. 이 용어는 1972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모임에서 로렌츠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 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에서 따온 것이다.
한 일기예보 아나운서는 슬픈 표정으로 “일기가 예상 밖의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라고 고백했다.
라플라스가 생각했듯이 우주가 완전히 예정되어 있고 미래 전체가 현재 상태 속에 담겨져 있을지라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우주가 진화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방법 외에는 전혀 없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우주는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사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우주는 자신의 미래를 모르며 우주는 자신의 가장 빠른 시뮬레이터이다.
1890년 주세페 페아노(1858~1932)가 평면을 완전히 채울 수 있는 곡선을 그리는 방법을 기술한 논문을 발표했다. 수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것은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평면은 2차원의 대상이다. 평면은 길이와 폭이 있다. 반면에 선은 1차원의 대상이다. 선은 길이만 있지 폭은 없다. 페아노는 교차점이 없는 구부러진 선(곡선)이 평면 위의 모든 점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보였다. 즉 1차원의 선으로 2차원 평면을 완전히 채울 수 있다! 그러므로 평면 위의 모든 점이 한 개의 곡선 위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평면이 ‘사실상’ 2차원이 될 수 있을까? 이유는 평면이 그 이상의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하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복잡성이 단순함에서 생기는가 하는 것이다.
물체의 부피와 같은 단순한 물리량 역시 지수법칙을 따라야 한다. 변의 길이가 l인 정육면체의 부피는 l의 값이 무엇이든지 간에 l₃이 된다. 또 반지름이 r인 구의 부피는 r의 값이 무엇이든지 간에 r₃에 비례한다. 이처럼 부피는 지수가 3인 지수법칙을 따른다. 1980년대 중반 크기가 다른 동물들의 물질대사율을 조사하던 연구자들은 물질대사율이 지수법칙을 따르지만 지수가 3이 아닌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그들은 당연히 동물의 무게(부피에 비례/옮긴이)가 동물 크기의 3승에 비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질대사율의 지수 역시 3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자들은 쥐, 개, 인간과 말 같은 다양한 포유류의 물질대사율을 이들의 질량과 비교했다. 동물의 질량은 부피에 비례하고 예상할 수 있듯이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은 먹이를 태워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물질대사율도 컸다. 그러나 질량은 지수 3인 지수법칙에 따라 증가하지만 물질대사율은 지수가 2.25인 지수법칙을 따랐다. 이런 점에서 동물의 크기(질량)는 3차원 부피가 따르는 지수법칙을 따르지 않고 – 특히 극단적으로 쭈글쭈글한 프랙털 면처럼 - 3차원의 부피와 2차원의 면의 중간에 해당하는 지수법칙을 따름을 알 수 있다.
프리고진은… 그가 연구를 통해 풀고자 한 수수께끼는 어떻게 질서(우리와 같은 것)가 카오스 – 예정적인 카오스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카오스나 우주가 젊었을 때 가지고 있던 기체의 연속 분포 – 로부터 생겼는가 하는 것이다.
계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주위 환경에 대해 열려 있어 외부 에너지원을 갖게 되는 비평형 상태에 있을 때에만 흥미로운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지구상의 물체의 경우 이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태양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태양이 빛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왜 카오스로부터 질서가 생기고 우주가 어떻게 시간의 화살을 가지게 되었는지 명확해진다.
중력장이 음에너지를 가지며 한 점에 몰려 있는 경우 음에너지가 정확히 질량에너지를 상쇄한다는 것은 우주가 지닌 근본적인 진리이다. 아인슈타인을 도로 한 가운데서 멈추게 한 이 아이디어는 그 당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40년 후 전 우주가 무로부터 생겨났다는 주장의 초석이 되었다. 질량에너지와 동일한 크기의 음에너지를 가진 중력장과 관련된 거품(bubble)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의 전체 에너지가 0이 되고 따라서 이 작은 거품이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과정에 의해 부풀어올라 현재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빅 뱅을 찾아서>에 적혀 있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단 하나의 사실은 우주가 매우 균일한 상태에 있ㄷ너 빅 뱅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밤하늘에서 보게 되는 모든 별들은 은하수(Milky Way)라고 부르는 원판 모양의 은하의 일부분이며, 은하는 보통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은하는 수천억 개의 은하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은하는 (중력에 의해) 서로 모여 집단을 이루고 있는데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서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은하 집단 사이의 거리를 늘이는 공간 자체의 성질 때문이지 공간에서 이동하는 은하 집단 때문은 아니며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사용하여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기체 덩어리가 중력에 의해 서로 끌리면서 (구성 입자가 중력장으로부터 얻은 운동에너지 덕분에) 내부 온도가 핵융합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워져 별이 생겨났음을 알고 있다. 이것은 별과 그 주위가 열역학적 평형에 있지 않은 상황을 가져왔다. 대신 우리는 차가운 공간 속에 놓인 뜨거운 별을 가지게 되었고 이 때문에 별 내부와 별 외부의 온도를 같게 하기 위해 별로부터 에너지가 공간으로 방출된다.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 향하는 미래의 방향은 별로부터 에너지가 방출되는 방향이다. 이 모든 것은 중력 때문이며 열역학적 미래가 또한 빅 뱅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구와 같은 행성은 별로부터 오는 에너지 흐름에 목욕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구의 전 표면은 열린, 흩어지는 계(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이를 소모하는 계)이다. 지표면의 모든 생명체들은 평형과는 거리가 먼, 카오스의 언저리에 있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 에너지를 사용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으로부터 직접 에너지를 얻는다. 초식동물은 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며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원래는 태양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더 나아가서 원래는 중력에 의해 생긴 것이다.
많은 경우 튜링 기계의 장점은 계산을 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알고리듬)이 계산 겨로가보다 훨씬 간결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ㅠ(파이)를 나타내는 무한한 긴 수열을 적지 않고서도 ㅠ(파이)를 계산해낼 수 있는 적당한 길이의 알고리듬이 존재한다. … 일상생활에서 6*9라고 적는 것이 54를 빨리 적는 방법이 아닌 것이 분명하며 우리에게 친숙한 ‘곱하기’도 하나의 알고리듬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궤도운동을 하는 소행성 역시 태양의 영향뿐만 아니라 중력 때문에 (원칙적으로) 우주에 있는 모든 다른 천체의 영향을 받는 복잡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더 단순한 스케일에서조차 이 네트워크는 태양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주요 행성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소행성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다.
예를 들기 위해 먹이의 가치가 50이라고 해보자. 개체가 먹이를 먹는다면 50점을 얻는다. 개체가 달아나면 먹이를 하나도 얻지 못하지만 도망가는 데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개체가 먹이를 얻기 위해 싸운다면 부상을 당해 100점을 잃을 수도 있다. 또는 싸움에 이겨 50점을 상으로 얻을 수도 있다. 개체가 도망치기 전 또는 먹이를 먹기 전에 위협적인 동작을 보이는 데에는 10점의 비용이 든다고 하자.
비둘기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시작으로 게임 이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연구할 수 있다. 두 비둘기가 만났을 때 서로에게 위협적인 동작을 보임으로써 각 비둘기는 10점을 잃고 둘 중 하나는 50점(실제로는 40점)을 얻는다. 따라서 각 비둘기는 평균적으로 15점(40-2/10=15점)을 얻는다. 어느 비둘기도 다치지 않고 모든 비둘기가 먹이를 먹는다. 이 모형으로 얻은 상황은 거의 천국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돌연번이로 인해 매 한 마리가 태어났다고 상상해 보자. 모든 만남에서 매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항상 먹이 – 50점 – 를 얻을 수 있다. 소수의 매만 있다면 매는 대개 평균 15점을 보상받는 비둘기하고만 만나므로 거의 항상 먹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매가 번성하게 되어 매의 특성을 물려받은 새끼를 많이 남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개체가 매 방식을 따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완전한 재앙이 나타난다. 만날 때마다 싸움이 벌어지고 패자는 100점을 잃는 반면에 승자는 50점을 얻기 때문에 평균이 -25점이다. 이 경우 주위에 싸우지 않고도 구할 수 있는 먹이가 충분하지 않다면 매는 모두 멸종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돌연변이 비둘기가 한 마리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이 비둘기는 절대로 싸움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싸움’에서는 0점을 기록하지만 공짜 먹이를 찾아 먹으면 된다. 이 경우 비둘기가 매보다 잘 살아 비둘기 특성을 가진 개체수가 늘어난다.
개구리는 파리를 잡을 목적으로 긴 혀를 갖도록 진화하고 파리는 도망칠 목적으로 빨리 날 수 있도록 진화한다. 파리는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도록 진화하거나 개구리에게 해를 입히는 독을 내뿜도록 진화할지도 모른다. 이 가운데 한 가지 (가상적인) 가능성을 선택한다고 해보자. 만약 개구리가 특히 접착력이 강한 혀를 갖게 된다면 개구리는 파리 잡기가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파리가 특별히 미끄러운 몸통을 가진다면 파리는 개구리의 혀가 파리 몸에 닿아도 도망치기가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매년 특정한 수의 개구리가 연못에 살면서 주위에 있는 특정한 수의 파리를 잡아먹는 안정된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것은 일종의 평형 상태이지만 불안정하여 ESS가 아니다. 돌연변이 때문에 (또는 개체 사이의 자연적 변이를 통해) 혀가 특별히 더 끈적거리는 개구리 한 마리가 생긴다고 상상해 보면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유리해져 더 끈적거리는 혀를 만드는 유전자가 개구리 사이에 퍼져나간다. 그러면 우선 많은 수의 파리가 잡아먹힌다. 그러나 더 미끄러운 몸통을 가진 파리만 살아 남기 때문에 미끄러운 몸통을 주는 유전자가 파리 사이에 퍼져나간다. 결국 매년 연못에는 이전과가 같은 수의 개구리가 살게 되어 같은 수의 파리를 잡아먹게 된다. 이 경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개구리들은 더 끈적거리는 혀를 갖게 되었고, 파리들은 더 미끄러운 몸통을 가지게 되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큼을 보여주는 출현(emergence) 현상.
달의 평균 온도는 -18도C인 반면에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15도C이다. 33도C의 차이는 모두 대기 중에 있는 0.035%의 이산화탄소와 수즌기, 약간의 메탄 같은 온실기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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