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1998
우선 입술의 익숙한 첫 접촉에서부터, 첫 깊숙한 애무, 그리고 그녀를 지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일련의 폭발적인 오르가슴, 어찔어찔 현기증이 나는 불꽃놀이 속에서 막 십자가에 못박힐 것 같은, 하느님 용서하소서, 느낌이 드는 오르가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 우리는, 괜찮아, 하고 말한다.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것은 일반적으로 용기 있는 태도로 여겨지며, 오직 인류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갑자기 통증이 풀려난 이리 떼처럼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가, 다시 어두운 구멍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웃음 소리에 스스로 상처를 받는 것 같았다.
싸움이란 건 언제나 실명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죽었다. 어떻게 죽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죽었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원인은 잊혀지고 오직 두 마디만 남을 것이다. 그녀는 죽었다.
다행히도 악마가 늘 문 뒤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을 사람은 이미 죽은 건데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오.
나는 생명이었습니다. 지금 내 뒤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행히도, 인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악에서도 선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에서도 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는다.
이어, 무한하기 때문에 오히려 체념해 버릴 수 있는 슬픔이 찾아오면서,
그들은 자기가 돌이 된 꿈을 꾸고 있었다…. 돌들은 땅에 반쯤 묻힌 채 누워 잠을 자면서 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눈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도 슬퍼하지 않는다.
우리 내부에는 이름이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 뭔가가 바로 우리예요.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두려워서, 늘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용서해 줄 구실을 찾으려고 하죠. 우리 차례가 될 때를 대비해 미리 우리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해놓듯이 말이에요.
문 손잡이는 집이 내밀고 있는 손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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