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다카하시 겐이치로, 웅진지식하우스, 2006

 

 

 

 

 

 

 

고양이를 키울 수 없을 때는 대신에 전기기구에 이름을 붙였다. 토스터기가 프랭크, 냉장고가 , 전기스탠드가 비키, 헤어드라이어가 빈스, 텔레비전이 루크. 그러고 보니 그 시절의 전기 제품에는 어딘지 동물 같아 보이는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뭐지? 하고 리치는 말했다.

길 잃은 개가 주인을 찾고 있는 거야 하고 나는 대답했다. 저놈은 벌서 몇 년째 저렇게 밤이 되면 울면서 주인을 찾고 있어. 그렇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사람이 기른 적이 없어. 저놈은 자기가 어릴 적에는 친절한 주인이 길러 주었고 뭔가 잘못되어서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라고 스스로 믿고자 하는 거야.

 

 

 

그렇지만 머리를 텅 비게 할 수 있는 건 원래 텅 비어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도 입을 열었다 하면 머리를 텅 비워.

머리를 텅 비워, 여보. 그러고 보니 아내도 같은 말만 되풀이해서 내게 말한다. 어떤 배팅 코치든 생각하는 건 다 똑같다.

 

 

 

“….단자(볼)는 생겨나든 없어지든 단번에 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창조에 의해서만 생겨나고 절망에 의해서밖에 없어지지 않는다. 공은 없어지지 않아. 과연 아무리 파울볼을 스탠드에 날려도 곧 심판이 공을 던져 주는 것은 그 탓이었던 거야.

 

 

 

적어도 그 샐러리맨은 가정이 일을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당신은 야구를 하러 가서는 야구를 하러 돌아와.

 

 

 

중견수 앞의 안타라는 것은 존재 안 해요. 안타라는 것은 더 구체적인 것이라서요. 구체적이에요. 아시겠어요, 선생님? 그래도 연상을 하라고 하시면, 해도 좋아요. 중견수 앞의 안타라고요? 중견수 앞의 안타로부터 나는 다른 중견수 앞의 안타를 연상합니다. 그 다른 중견수 앞의 안타는 또 다른 중견수 앞의 안타를 연상시킵니다. 모든 중견수 앞의 안타는 연결되어 있어요.

 

불안은 어떤 공감적인 반감이고, 또한 어떤 반감적인 공감이다.

 

어쨌든 사이드스로의 좌완 투수는 어딘가 마음이 비뚤어진 곳이 있어서요. 그것이 공에 전염되어 있어요. 놈들이 던지는 공 주위에는 오존층 같은 것이 둘러싸고 있어서 이 공이 여러 번 가까이를 지나가면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됩니다. 내가 빨리 친 것은 그 때문이에요.

 

 

 

히 이즈 아웃! 이것은 예수 탄생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주문인데 이렇게 선고받은 놈은 최후의 심판 주심을 말해 이 돌아와도 좋다고 할 때까지 더그아웃이라고 하는 지옥에서 영원히 기다려야 하는 엄벌을 받았어.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확하게 생각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는 기억의 윤색을 거친 후로는.

 

 

 

713. 제목, 중견수.

  나는 39년이나 센터를 지키고

  대략 1만 3천 개의 센터플라이를 잡아왔어

  생각해보니

  플라이를 잡을 때 이외엔 하늘을 본 적이 없구나

 

 

 

714. 제목, 스코어북.

   내가 좋아하는 것은 완전 시합일 때의 스코어북이야

   거기에는 아름다운 질서가 있어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의 시합이지

   그 스코어북은

   카프카의 소설 같아

 

 

 

소년이여, 잘 듣거라. 포르노는 어린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죽도록 따분한 것이야. 그렇지만 이 정도의 따분함에 지긋지긋해할 정도면 도저히 훌륭한 야구 선수는 될 수가 없어. 야구 역사에 빛날 정도의 명선수들은 대개 천 번 노크라고 해서 하루에 천 번이나 포르노를 보는 맹훈련에 힘썼어.

 

 

 

나는 큰아버지의 충고를 생각해 냈다. 자동 판매기와 시빅은 뉴욕의 국제 무역 센터 빌딩의 쌍둥이 탑이고, 청소를 하고 있는 부인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그렇게 생각해. 바로 가까이에는 양키 스타디움이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될 거야. 나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네쿠로노미코토 2억 분의 1초 후에는 네리라리란이라는 맥도널드의 빅맥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신으로 변해버렸지. 그런데 이것 또한 유감스럽게도 당시엔 아직 맥도널드 점포는 아무 데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지. 물론, 가령 맥도널드 점포가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도 빅맥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신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빅맥에는 원래 맛 따위는 없으니까 말야.

 

 

 

, 저는 신화에 관해서는 꽤나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부탁인데요, 여동생을 급히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여동생이라고! 그거 좋군. 여행길 길동무로선 최고지. 당연히 근친 상간을 할 작정이지?

 

 

 

감정을 넣어서. 어제 너 참 잘했어. 스타팅 멤버를 발표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서두, 스타라는 곳이 최고로 감동적이었어.

 

 

 

오늘 생각해 온 것은, 감동적으로 읽는 방법이야. 스타가 아니라, 멤버를 강조하는 거지. 말로 설명해도 몰라. 나중에 읽어 줄게…”

 

 

 

, 가슴이 갑자기 커진 것 같군이라고 그는 말했다.

성장기잖아라고 45살의 중학생은 말했다.

 

 

 

그만한 거리를 날리려면 방망이가 필요해.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주장하려면 베이스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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