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서 커야지, 초등 학교 어린이 64명 글/이오덕 엮음, 보리, 2005

 

 

 

 

 

 

 

 

 

 

 

 

 

나의 걱정

 

                       상주 공검 2학년 김순분

 

  나는 학교에 갈라고 우리 언니하고 책보를 가지고 나오면 책보를 어머니가 뺏아서 방에 갖다 놓습니다. 나는 우리 언니하고 학교 갈 때마다 안 울 때는 없습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오셔서 우리 어머니또로(더러) 자네 우째 고끼(그렇게) 작은 아들을(아이들을) 학교를 안 씨기만(시키면) 대는가(되는가)? 상근(사뭇) 우리 집에 와서러 우리를 학교 다니고로(다니게) 하십니다. 언니하고 나하고는 이웃집 할머니 때문에 아직도 우리가 학교를 다니지 안 그러면 학교도 못 다닙니다. 나는 샘에 빠져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샘에 빠져 죽으면 누가 우리 애기를 봐 줄까. 나는 그 생각을 하면 애기가 나한테만 올라고 하는데 내가 죽으면 애기가 나를 보고 싶어하지요. 그래도 내 마음대로 못 합니다. 나는 밤으로 일기를 쓰며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합니다. (1958년 12월 13일)

 

 

 

 

어머니

 

                 상주 공검 2학년 김정순

 

  오늘은 눈이 오는데 어머니 말씀이 나무하러 가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내가 눈이 오는데 나무하로 가여? 하니까 어머니께서 해야지 때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까 기가 막힙니다. 그래 어머니는 나무를 하러 가시고 나는 한참 있다가 마루에 나가서 어머니 나무하시는 것을 바라보면, 쳐다보니 어머니는 안 보이고 눈은 퍽퍽 내리고 멀리 있는 산들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습니다. (1958년 12월)

 

 

 

 

 

아팠던 일

 

                           안동 임동 동부 대곡 분교 2학년 박귀봉

 

  나는 11일에서 13일까지 아팠습니다. 제일 처음 앞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침에 설거지를 하는데 그릇을 찬장에 넣다가 앞가슴이 아파서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나무를 지고 와서 내 앞가슴을 만져 보고, 많이 얹헸다고 하였습니다. 저기 문 앞에서 껑충 내리뛰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뛰었습니다. 머가 앞가슴에 붙었습니다. 손바닥 같은 기 붙었습니다. 고 앞가슴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배 안에서 꿀꿀 하고 있었습니다. 배를 주물리기만 하면 배 안에서 자꾸 꿀꿀 하고 있습니다. 밤에 장물을 한 술 떠 먹으니 올라와서 소구박지(쇠죽 푸는 바가지)에 게우니 거시(회충)가 한 마리 나오고 있었습니다. 또 장물을 먹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안 먹을라고 해서 안 먹었습니다. (1970년 1월)

 

 

 

 

선생님께

 

                       안동 임동 동부 대곡 분교 2학년 권순교

 

  선생님, 그 동안 안녕하십니까?

  나는 공부도 잘하고 있습니다. 일도 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신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외가에 갈라 해도 못 갑니다. 신을 사 달라 해도 안 사 줍니다. 암만 손이 틀어도 사무(사뭇) 밥만 해라 합니다. 손등이 곪아서 오동같이 부어서 한쪽 손은 쓰지도 못합니다. 연중에(거기에다 더욱) 오른 쪽이 그래서 공부도 잘 못 합니다. 공부할때매둥(마다) 걱정을 합니다. 한쪽 손은 꼬굴리도(꼬부리지도) 못 합니다. 세수도 못 합니다. 그래도 숙제는 다 해 갑니다. 학교에 간다고 책보를 싸 놓고 보면 문득 학교에 안 가는 것이 생각힙니다. 그러면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1970년 1월 3일 토요일

                                                         2학년 권순교 올림

 

 

 

 

미술 시간

 

                                     상주 공검 2학년 이이교

 

  미술 시간에 학교에 올 때 비가 왔는데 비 온 것을 미술 시간에 그릴라 하니까 그릴 것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암만 생각을 해 보아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못 해서 동무들이 우산을 들고 가는 것을 그릴라 해도 내가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으니까 우산을 들고 오는 것을 그릴 수 없습니다. 그래 나는 우산 들고 오는 것을 안 그리고 그냥 책보만 들고 오는 것을 그릴라고 하니까 또 그것만 그리면 빈 데가 많이 있을게고 해서 이리저리 암만 생각을 해 보아도 대구(자꾸) 우산 생각만 나고 속으로는 그래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그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따나 그린다 해도 그려야 하지 안 그려서는 안 됩니다. 그래 나는 무엇인지 자꾸 그리고 있는데 책보를 싸라고 해서 그만 시간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1959년 2월 14일)

 

 

 

 

아침밥

 

                                 안동 임동 동부 대곡 분교 3학년 이재흠

 

  아침에 나하고 동생하고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동생이 조밥을 먹어 보니 맛이 좋아서 맛있다 하며 먹었습니다. 나는 동생하고 이야기를 해 가며 먹었습니다. 내 동생이 나를 보고 이야 맛있다 하며 자꾸 맛있다 하며 먹는데 입이 조그만한 게 오물오물하면서 먹는 걸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서 커야지 생각하며 먹었습니다. (1970년 2월 19일)

 

 

 

 

 

필통

 

                                 상주 청리 3학년 임순천

 

  나는 필통입니다. 나는 청리 시장 점방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복남이가 나를 사 쥐고 가면서 너무 좋아서 펄떡펄떡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자빠졌습니다. 복남이가 자빠질 때 나를 땅에 때리면서 자빠져서 나는 그만 한쪽 코가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만 울상이 되었습니다. 복남이는 집에 가서 나를 고친다고 하면서 쇠망치라는 것을 가지고 내 코가 쑥 들어간 데를 막 탕탕 하고 때렸습니다. 나는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똑바로 되었기는 되었지만 지금 내 코가 떨어져 나갈라고 합니다. 그래도 복남이는 좋다고 나를 가지고 다닙니다. 어느 날 복남이가 나한테 나보다 더 큰 연필을 넣어서 나는 그 연필을 불겠습니다(부러뜨렸습니다).   (196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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