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2007

 

 

 

 

관리관님, 사무원이 상의 소매로 뺨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누가 보이던가. 제 눈에는 아무도 안 보이던데요. 저 바깥은 물의 사막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궁에서 총리는 관저에서 모두 국기를 뒤의 벽에 펼쳐놓은 채 쉼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각 비슷한 말로 입장을 표명했다.

 

 

 

새로 선발된 요원들은 이렇게 정보의 내장을 뒤지는 일부터 시작했으니,

 

 

 

인간이 가끔 두려움 때문에 또 가끔 자신의 이익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또 가끔씩은 거짓말이 진실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임을 적시에 깨닫는 바람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인간과 신이 합의를 하여 함께 결말을 지은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비극적이었다.

 

 

 

아마 사흘째 되던 날 청소부들이 다시 서리로 나온 것도 이와 똑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다만 제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고 나왔을 뿐이다. 제복이 파업을 하는 것이지 우린 아닙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악마는 귀가 아주 밝아 큰 소리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소. 그럼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가호를 빌어봐야 소용없소. 원래 신은 날 때부터 귀머거리거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아시지 않습니까, 마지막 잔이 늘 최악의 잔이라는 말 말입니다.

 

 

 

내가 시장님이라면 바로 집에 가서 자겠습니다. 자면 다 잊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나는 이 시간에는 절대 자지 않소. 우리 집 고양이가 말하곤 하듯이, 잠자기에 나쁜 시간은 없습니다.

 

 

 

손에 쥔 감자가 너무 뜨거우면 입김을 부십시오.

 

 

 

누가 폭탄을 설치했을까, 시장은 속으로 자문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도움을 가져오기 보다는 요청하는 것 같은 그 애처로운 흐느낌 소리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사실이오. 사실입니까, 아니면 사실이 될 겁니까. 그건 당신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게 없으니까, 우리의 최고의 고문 전문가도 틀림없이 집에 가면 아이들한테 입을 맞출 거요.

 

 

 

만일 우리가 폭탄을 설치하라고 명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백지투표를 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마지막 이유를 주는 꼴이 될 거요. 외람됩니다만, 총리님, 그런 사고방식은 논리에 어긋납니다. 왜.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평소의 엄격한 사고에서 좀 벗어나신 것 같습니다. 요점을 말해 보시오. 그 사람들이 찾아내든 못 찾아내든, 그 사람들이 옳다고 판명난다면, 그것은 그들이 이미 옳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사실 기계가 하려던 일은 방해가 되는 나무 여섯 그루를 뽑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무를 뽑고 발로 평평하게 다지자, 이 구역은 마치 처음부터 공동묘지나 영원한 안식의 장소로 쓰이려고 태어난 곳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것은, 그러니까 그 기계는 다른 데로 가서 나무와 나무가 던지던 그림자를 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선한 의도로 연설을 하려고 앞으로 나갔지만 즉시 다른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연설은 필요 없소. 우리는 각자 자기 나름의 슬픔을 안고 있고, 우리 모두 똑 같은 비애를 느끼고 있소.

 

 

 

물론 나는 대통령이지 교황이 아니오. 따라서 나에게는 오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생각은 없소.

 

 

 

존경을 바라거든 친해지지 마라, 이것은 지혜로운 경구다.

 

 

 

하지만 오늘 볼일은 끝났소, 내일 같은 시간에 계속하겠소. 경정님, 저하고 경사한테, 경감이 끼어들려고 했으나 경정이 말을 잘랐다. 내가 했거나 하지 않은 말은 지금 관심이 없다.

 

 

 

하지만 경정님은 책임자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혼란스러운 신호들을 보내면 안 되지요. 그것 때문에 우리만 괴로우니까요, 파도가 바위를 치면 홍합만 괴로운 것 아닙니까. 흠, 그 비유가 얼마나 정확한지 모르겠군. 왜요. 내가 보기에는 홍합은 물이 밀려오면 반가워하는 것 같거든.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홍합이 반가워서 웃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요. 아, 웃지, 낄낄거린다니까.

 

 

 

뇌와 문과 통로는 모두 폐쇄되어 있었고, 그 안은 여왕이자 절대여군주인 불면증이 지배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이제 달력 석 장이었다. 그러니 이 석 장은 자정의 바느질로부터 뜯겨나오는 데 저항하다가 그의 손가락에 그대로 달라붙더니, 형체 없는 아교질의 시간 덩어리로 변했다. 그에게 저항하면서도 그를 빨아들이는 부드러운 벽으로 변했다.

 

 

 

왜 우리를 돕는 거예요. 책에서 읽은 것 때문이오, 오래전에, 그동안 잊고 있었지만 며칠 전에 생각이 났소. 그게 뭐죠.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 평생 지킬 협정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자문할 날이 온다, 누가 여기에 나 대신 서명을 했는가.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꿈꾸는 것은 싸요, 돈 한 푼 안 들죠.

 

 

 

저녁이 끝나갈 무렵, 그림자들이 앞의 길을 식히고, 웅덩이들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점점 더 대담해져 어느 순간 갑자기 귀에 들리는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라는 시간이었다.

 

 

 

저쪽에서 내게 준 임무는 끝났소, 이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소.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보다 행복해졌을 때에요, 그럴 때가 올지 모르지만. 오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오. 누가요. 행복한 때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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