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땐 폼을 잡는다.
사실 폼을 잡고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뭐랄까
참 이상한 감정인데,
아무 폼도 잡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
어쩐지 미안해진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에게 미안해지는 건지
나에게 미안한 건지
오늘,에게 미안한 건지
사진에게 미안한 건지
... 아마도
오늘,에게 미안해지는 게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오늘의 나는 사진을 찍을 만큼 흡족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렇게 보통과 다름 없이 사진을 찍으면
애써 내 기분을 흡족하게 해주고 있는 오늘,에게
미안해지는 것 같다.
대청봉에 1월에 올랐는데
눈썰미가 있다면 알겠지만
눈이 잔뜩 쌓여있고
복장은 오리털 점퍼에 농구화다.
이 부근까지는 아직 카메라가 얼지 않았고
물은 다 얼어붙어서 한참을 물을 못 마시고 있을 때다.
그러니까
저 높은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은
정말 폼을 잡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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