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군대를 다녀와서 일테고
복학 한 뒤일테고
25살 정도일까... 26살?
가을인 것 같고
포토샵이 막 유행을 시작한 때고
디카도 붐이 일어날 때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의 양은
한 줌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불과 5년 사이에
디카도 일반화되고, 포토샵도 일반적이 되다 못해 옛 것이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이젠 아무도 염색을 하지 않는다.
가끔 내가 한국인이라는 데에 창피할 때는
이처럼, 무언가 붐이 일어날 때는
다섯 살 아기부터 예순 살 할머니까지도
염색을 다 따라하다가 어느 순간
아무도 하지 않게 되는
그런 현상이
대국민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좁다는 말이 아니라,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이 아니라,
너도 나도 주류에 끼어들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염색을 안 하는 것이 주류이니까
아무도 염색을 하지 않는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아무도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던
염색 헤어가
이제는 모두가 촌스럽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촌스럽다, 는 데에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촌스럽다고 하면 촌스러운 것이고
아무도 촌스럽지 않다고 하면 촌스럽지 않은 것이다.
기준이 없고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고
관계성과 상황, 오늘의 처신, 지금의 유행이 지배적이다.
염색한 머리는 촌스러운가?라고 묻는다면
요즘은 대부분 그렇다고 할 것이다.
염색한 머리는 왜 촌스러운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한 대부분은 딱히 이유를 대지 못할 것이다.
예전의 유행이니까, 요즘은 아무도 안 하니까 정도의 대답은
촌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조만간 다시
나는 염색을 할 생각이다.
가급적 남들이 말하는 촌스러운 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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