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문학사상사, 2005
그런데 왜 그것이 가장 큰 죄일까? 평생 동안 세상을 떠나면 아주 멋진 곳에 가게 된다고 주입받으면서 살아왔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곳에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저질렀다고 그곳에 아예 못 가게 되다니.
그때 모든 것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움의 무게, 잘못된 모든 것의 무게.
영국 전역의 레스토랑에서, 상점에서, 극장에서, 주유소에서, 게다가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당신을 알아요”라고 말하지만, 항상 정반대의 뜻으로 하는 소리다. 그들이 하는 말은, “난 당신을 몰라요.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봤어요”란 뜻이다.
우리 세대의 문제는 누구나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우리 세대는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고, 뭘 팔거나, 가르치거나 해야 하며, 그냥 뭘 하는 걸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 우리는 뭔가가 ‘되어야’ 한다.
프랭크와 헤어졌을 때 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많이 지껄였다. 사람들에게 프랭크가 억지로 떠났다고 했고, 그가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했고, 술주정뱅이에다 나를 때렸다고도 했다. 그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프랭크는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죄밖에 없는 상냥한 남자일 뿐이었으며, 그것으로는 죄가 충분치 않아 내가 더 큰 죄를 지어냈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내가 배운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열심히 노력하면 망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당신도 자살한 사람들이 쓴 것을 읽어봐야 한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로 시작했는데, 난 이 등대에 대한 책을 두 장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왜 그 여자가 자살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자살한 것은 남에게 이해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욕조 마개를 뽑고 물한테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번 해보라고, 그리고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옥상에서 몸을 던진 남자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심오하고도 모순되는 영향을 미쳤다. 우선, 그는 우리에게 자살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둘째, 그 사실을 안 우리는 다시 자살하고 싶어졌다.
내가 읽은 기사에는 다른 내용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브리지에서 뛰어내렸다가 살아난 사람과의 인터뷰였다. 그는 뛰어내린 2초 뒤, 자기 인생에서 대처할 수 없는 일,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방금 다리에서 뛰어내림으로써 만든 문제 외에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말하지 않으면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말하는 게 구차스럽거나, 고마움을 모르거나, 유치하거나, 진부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혹은, 우리가 너무 처절하게 모든 것이 괜찮은 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라ㅣ 같은 사람들한테 로큰롤은 대학 같은 거야.” 주문을 한 뒤 에드가 말했다. “우린 노동자 계층이야. 밴드에 들어가지 않으면 대학생처럼 아무하고나 섹스할 수가 없다고. 우리는 몇 년을 그렇게 보내고, 밴드가 짜증나기 시작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짜증나기 시작하고, 돈 없이 사는 것도 정말 진저리나기 시작하지. 그럼 일자리를 구하는 거야. 그게 인생이라고, 친구.”
그러니까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머릿속에 단어들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생각하는 건 아니다. 호주머니에 동전이 가득하다고 해서 부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때는 상황이 더 힘들었으니까. 가족이란 글쎄, 중력 같은 거야. 이따금 다른 것보다 강해지지.” 마틴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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