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시간

 

 

 

우리가 사랑했다면 그것은

몇 시에서 몇 시 사이였을까

먹다 만 빵을 빵봉지에 싸서 버린 남자가

왜 먹다 말어, 라고 묻는 여자에게

다 먹었어, 라고 말하는 건

몇 시에서 몇 시 사이였을까

난 몇 시고 당신은 몇 시였을까

빵봉지는 몇 시 몇 분이었을까

울기에 좋은 시간이

재생지 같은 네 시와 샐로판지 같은 다섯 시 사이에

기름 묻은 종이처럼 번지면

논문처럼 석양이 무겁고

입술까지 지고 또 질까

시침과 손잡은 분침처럼

손을 잡고 건널목에 서 있던 건 무슨 불이었을까

기름 묻은 종이를 들고 빵공장 찾아가면

기름 성분에 대해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건 몇 시일까

그때 그 꿈은 몇 시부터 시작됐는데

벌써 지겨움 꽃피울까

시침과 분침 나란했는데

보이지도 않던 초침이 우릴 나누었네

얼룩진 빵봉지를 되돌아가 꺼내는 남자,

빵을 다시 못 먹을 걸 알면서 왜

주춤 주춤거리는 건

대체 몇 시일까

떠날 시간은,

사는 건 몇 시부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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