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시간
우리가 사랑했다면 그것은
몇 시에서 몇 시 사이였을까
먹다 만 빵을 빵봉지에 싸서 버린 남자가
왜 먹다 말어, 라고 묻는 여자에게
다 먹었어, 라고 말하는 건
몇 시에서 몇 시 사이였을까
난 몇 시고 당신은 몇 시였을까
빵봉지는 몇 시 몇 분이었을까
울기에 좋은 시간이
재생지 같은 네 시와 샐로판지 같은 다섯 시 사이에
기름 묻은 종이처럼 번지면
논문처럼 석양이 무겁고
입술까지 지고 또 질까
시침과 손잡은 분침처럼
손을 잡고 건널목에 서 있던 건 무슨 불이었을까
기름 묻은 종이를 들고 빵공장 찾아가면
기름 성분에 대해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건 몇 시일까
그때 그 꿈은 몇 시부터 시작됐는데
벌써 지겨움 꽃피울까
시침과 분침 나란했는데
보이지도 않던 초침이 우릴 나누었네
얼룩진 빵봉지를 되돌아가 꺼내는 남자,
빵을 다시 못 먹을 걸 알면서 왜
주춤 주춤거리는 건
대체 몇 시일까
떠날 시간은,
사는 건 몇 시부터일까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살다 (0) | 2007.10.16 |
---|---|
2007년 10월 2일 (0) | 2007.10.02 |
대낮에 향수를 뿌리고, 향수를 뿌리고 (0) | 2007.08.29 |
손을 잡는다 (0) | 2007.08.29 |
김밥, 오징어, 그리고 삶은 당근처럼 (0) | 2007.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