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향수를 뿌리고, 향수를 뿌리고
장롱 위에 흰 먼지 속에서
향수 한 병을 발견했다
몇 번 뿌리지도 않았는데
냄새가 추억처럼 들러붙어
급하게 거리로 나왔다
너는 왜 여자향수를 뿌리고 다니야,고 묻는다면
향수가 있길래 뿌려봤더니
돌아가신 어머니 향수더라고 말해야지,
생각하며 걷는데
아무도 물어오지 않았다
보석 같은 향수, 물약 같은 향수, 항암제 같은 향수
는 아이들 손에서 멀리 떨어뜨려 두어야 한다
마셔버릴지도 모르니까
특히나 어머니를
일찍 잃은 아이라면 말이다
가끔씩 비가 멎는다
하루 네 번쯤 더러워진 안경을 닦고
이십 만 번쯤 눈을 깜빡이면서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하루를
대낮이라 부르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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