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통의 밤

 

 

 

밤새 무릎이 아팠다

나이 서른에 신경통이라니

밤 안개가 불끈 돋아나듯이, 신경이 도드라졌다

고운 목소리, 나와 나이가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른 살의 신경통 없는 아가씨가 서른 살의 신경통 없는 나를 나았으면 좋겠다

무릎 안에서 휘청휘청 갈대밭을 느낀다

무릎 안에서 주먹을 내리치는 몸매 좋은 아가씨를 느낀다

딸그락거리고 옷 벗는 소리

갈대숲 사이 개구리들과

뻘을 찾아 찌르는 긴 부리의 황새들

무를 뽑듯 무릎을 뽑아 믹서기에 갈았으면

보기 싫은 기억을 세절(細切)하듯이

세상의 모든 성추행범들을을 짖이기듯이

세상이 잘 돌아갔으면

달의 벗은 몸은 나 혼자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밤새 잠을 못 자는 것이다

무릎이 화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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