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아가씨

 

 

 

점심을 먹으러 쭈꾸미집을 갔다

서른 즈음 먹은 아가씨가 밥상 앞에 서서

쭈꾸미들을 잘라 죽였다

 

가위질 하다 고추장이 튀었는데

낙지를 죽이던 아가씨 눈 속으로

한 방울 매콤하게 들어갔다

 

아가씨의 스무 살에도 고추장이 튀는 듯 하고

아가씨의 열 살 열한 살 어린 시절에도

오래 묵어 아픈 냄새가 물드는 것 같았다

 

이대로 익어가겠지,

샐러리맨들이 시들어가는 불판 주위에 서서

집게와 가위를 휘두르며

 

낙지를 씹어 먹으며

점심 시간이 졸아드는 걸 느낀다

 

내가 쓴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내일 아침 똥이 되어 나올 낙지여

 

한 손엔 가위, 한 손엔 집게를 들고

훌쩍 훌쩍 눈물 소리 나게

데치고 있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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