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출근길에 비가 내린다
빗방울도 가장 빠른 길로 떨어질까?
가장 먼저 박살 나는 빗방울이 가장 아름다울까?
열차 지연을 알리는 안내 방송,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꿈속까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밤새 60억 개의 빗방울에 순위를 매기던 눈과
창가에 시체처럼 죽어버린 비 조각들을 닦아내던 손
결국 한 방울도 젖지 않고
60억 개의 순위를 모두 적었다.
노인정 같은 열차가 마침내 움직이고,
베어링처럼 무릎이 아팠다.
창밖에는 녹이 슬도록 비를 맞는 몇 몇
철길은 비닐장판 주글주글한 아랫목처럼 멀어져 가고
젊은 사람들, 시계로 몸을 감싸며 분분히 일어선다
솜이불을 말아 빗속에 세워놓은 듯
한숨을 뱉으며 빠져나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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