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옳은 팔

 

 

 

내 동생은 착한 아이였다

변비가 심했던 할머니를 위해

관장약을 할머니 똥구멍에 넣어드리곤 했다

그때는 좌약이 없었는지

작은 물총 같은 걸 찔러 넣고

쭈욱쭈욱 약물을 집어 넣었었다

나는 아마 몇 가지 이유로,

늙고 엉덩이가 너무 커서

스스로 관장을 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부름을 피해 다녔다

할머니 성기를 보게 된다거나

냄새가 난다거나

숨구멍이 콱 막히는 숨의 변비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생이 손을 다섯 바늘 꿰매고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어느새 나이 서른,

열대야 속에 선풍기를 알약처럼 틀어놓고

화장실 타일에 맺힐 것 같은 땀방울 이마에 흘리며

땀이라도, 닦아주고 싶었으나

집을 나와 길을 걷는다

어지간한 혹성만큼 무거운 기계를 다루는 일을

동생은 이제 막 2년 째 해치우고 있다

 

내 팔은 어디에선가 옳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분명, 저 깜빡이는 별들도

어딘가에서 옳은 일을 하겠지

화성에서만 난다는 금속빛을 닮은 세탁소 간판을 지나

지난 빗소리 고여있는 하수구를 밟고 지나

내 팔이 옳았던 때를 찾아가본다

이 땅을 온통 뒤집어놓아야 겨우 발굴될까

내 한숨이, 불치병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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