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내린 별

 

 

 

두 시간 동안 고른 청바지를

하루 반 나절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내고 사서

지하철에 두고 내렸다

이대로 별이 되었으면

 

늘 무언가를 두고 내린다

맘에 꼭 드는 여자를 두고 내리고

엄마와 꼭 닮은 아줌마를 두고 내리고

길에서 받은 명함이나 전단지도 두고 내린다

 

어느 별인가에는

내가 두고 내린 것들이 한데 쌓여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별 한 두 개쯤은

지하철에 두고 내린 지도 모르겠다

 

두고 내린 별,

사람 없는 분실 문 센터에는

환풍구를 통해 바람이 불고

말 한 번 못 붙여본 여자가

전단지와 에비수 청바지 사이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두고 내린 곳에 가고 싶다

어느 시인은 별들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였고

어느 이론가는 사람이 죽으면 우주를 건너 별에 모인다는데

나는 맥주 한 캔 마시고

입안에 생긴 분화구에 쓰라려하며

울까 말까 생각 중이다

 

울면 또 우는 동안 시간이 갈 텐데

어느새 나이 서른, 시간조차 두고 내리는 나이

외로움도 좀 두고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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