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3일 폐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메일 한 통 날라왔다

그러고 보니 커피를 마시고 싶어

후룩 거리며 메일을 읽는다

 

,

8월 13일이면 월요일이다

생각만 해도 쓰디 쓴 날이라

커피 잔에 설탕 하나를 별처럼 떨어뜨린다

 

13일, 별똥별들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에 난 

야근을 하다 기어들어가서 잠이 들 테지

지친 사람 앞에서, 별들도 승차거부를 할까…

 

손을 들듯이 번쩍 번쩍

우주를 향해 서 있는 관측 망원경

주위로 오로라처럼 부는 바람

그런 것들이야말로, 버퍼링 되어야 할 추억일 텐데

 

출퇴근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다운 되고, 다운 된다

퇴근도 하지 말라고

부서진 별처럼 웃음이 나온다

윗니 아랫니 별들을 부딪쳐본다

아직은 단단한 내 입 속의 우주

 

저녁 때는 제육볶음을 시켜

태양처럼 끓는 버너 위에서 잠시 야구를 보다가

담장 넘어간 꿈들을

실컷 집어삼킨 블랙홀처럼 슬퍼졌다

 

별들을 녹인 시커먼 커피를 즐기는

금요일 밤 10시에

13일 밤 10시를 떠올려본다

상상 속에서 별들은 알약처럼 떨어진다

우주 속에 복용된다

 

그 대단한 페르세우스도

가끔씩 조각난 별들을 봐야만 한다

가끔은 조각난 별들이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자기 얼굴을 비춰본다

 

, 서늘해

 

별들은 강남역 취객들로 뒤덮인

우리 회사 앞에는 서지 않는다

번호판 없이 떨어지더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기를

 

13일에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있다고 한다

 

그날,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두리번거리지 말고

손 든 사람들 찾아 가기를

나처럼, 일하듯이 떨어지지는 말기를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약  (0) 2007.08.17
흡혈귀의 낮  (0) 2007.08.16
진흙 속에서  (0) 2007.08.09
사랑은 가고 선비는 멈춘다  (0) 2007.08.09
낙태를 원하네  (0) 2007.08.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