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원하네

 

 

시 속에 사는 불행한 소년들은

저마다의 불행을 자랑한다네

나도 때로는 불행의 시를 써보고 싶어

한 여자에게 임신을 시킨 뒤에

낙태를 시켜봤으면

콘크리트는 모래와 시멘트가 적절히 섞여 더욱 단단해지네

내 마음에 섞인 것은 쉽게 상하는 기억들뿐이네

나의 아이였을 태아의 죽음과

낙태 시킨 애인의 슬픔을 떠올려보네

병원은 꼭 함께 다녀야겠네

낙태가 불법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네

이상한 법이네

아이들에게 특히 이상한 법이네

나도 좀 더 어릴 적에 철이 들어

어린 나이에 여자와 잠을 자고 아기를 만들고

병원도 다니고 수술도 받게 하고 그럴 걸 그랬네

아마도 그리고 이상하게도

상상하는 것은 아기의 웃음소리일 거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울지도 않네

시 속에서 울도록

유모차를 흔들듯이 시를 이리저리 흔들고 싶네

때론 재우고 때론 놀이공원에 데려가

햇빛 아래 그리고 지우고 아이스크림도 묻혀볼까 싶네

늦은 나이에 여자를 찾아보네

나와 잠을 자고 아이를 갖고 낙태시킬

함께 손 잡고 병원에 갈

울거나 떨거나 소리칠 여자 하나 마련해야겠네

시속의 불행한 소년들에게 자랑해야겠네

탄생은 늘 아슬아슬하더라고

탄생의 밤과 죽음의 낮을 설명해줘야겠네

썩지도 않을 시를 쓰려네

상하지 않는 마음을 굳혀 간직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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