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진흙처럼 비가 내린다
조각난 회의시간처럼, 마음이 제 각각이다
잡지에서 오려낸
되고 싶었던 가수 막시밀리언 해커가
사무실 쓰레기통 바닥에 깔려 있다
구멍 난 비닐 우산처럼
타자기에 비가 새는 소리
트락타타타 트락타타타
광고주 미팅이 연기되었다 악
천후를 무릅쓰고 휴가를 가셨단다
이제 좀 쉬어도 될까 막시?
빈 커피잔을 막시밀리언 얼굴에 떨군다
진흙으로 만든 피부처럼
커피잔이 빨려 들어간다
세상의 커피잔들이 모여
조개 없는 껍질들이 되는 걸까
내가 가는 해변엔 늘 조개 껍질만 있었다
하늘을, 진흙처럼 밟고 다니는 새들
하늘을, 영수증청구 해서 올리는 월말이 다가온다
입사 후 첫 연봉협상은 밥상으로 돌아갈까?
머릿속 돈 통이 시시때때로 개굴거린다
다른 미팅이 잡혔다
2007년 8월 카스 경쟁피티
애초에 술이란
어울리기 싫어 마시는 게 아닐까
흰 탁자, 흰 의자 위로
사람들이 파편처럼 앉아
서로의 껍질을 살핀다
진흙 위로 비가 내린다
밟지 않아도 끈적거리던 하늘이
투명하게 진흙을 가린다
꾸루룩, 꾸루룩, 새들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일할 시간이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흡혈귀의 낮 (0) | 2007.08.16 |
---|---|
8월 13일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있습니다! (0) | 2007.08.10 |
사랑은 가고 선비는 멈춘다 (0) | 2007.08.09 |
낙태를 원하네 (0) | 2007.08.08 |
잠이 부족한 계절 (0) | 2007.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