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진흙처럼 비가 내린다

조각난 회의시간처럼, 마음이 제 각각이다

잡지에서 오려낸

되고 싶었던 가수 막시밀리언 해커가

사무실 쓰레기통 바닥에 깔려 있다

구멍 난 비닐 우산처럼

타자기에 비가 새는 소리

트락타타타 트락타타타

광고주 미팅이 연기되었다 악

천후를 무릅쓰고 휴가를 가셨단다

이제 좀 쉬어도 될까 막시?

빈 커피잔을 막시밀리언 얼굴에 떨군다

진흙으로 만든 피부처럼

커피잔이 빨려 들어간다 

세상의 커피잔들이 모여

조개 없는 껍질들이 되는 걸까

내가 가는 해변엔 늘 조개 껍질만 있었다

하늘을, 진흙처럼 밟고 다니는 새들

하늘을, 영수증청구 해서 올리는 월말이 다가온다

입사 후 첫 연봉협상은 밥상으로 돌아갈까?

머릿속 돈 통이 시시때때로 개굴거린다

다른 미팅이 잡혔다

2007년 8월 카스 경쟁피티

애초에 술이란

어울리기 싫어 마시는 게 아닐까

흰 탁자, 흰 의자 위로

사람들이 파편처럼 앉아

서로의 껍질을 살핀다

진흙 위로 비가 내린다

밟지 않아도 끈적거리던 하늘이

투명하게 진흙을 가린다

꾸루룩, 꾸루룩, 새들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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