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일

 

 

 

2007년 10월 2일

천 원짜리 치즈버거를 사러 가다

떨어져 죽은 시체를 보았다

배고픈 비둘기처럼 쓰러진 남자는

아직 젊어서 일어 날 줄을 몰랐다

좀 더 개운하게 웃고

개운하게 립서비스를 하며

먹을 것 주워먹는 법을 몰랐다

캔버스화가 오른쪽 벗겨져서

한층 더 가볍게 부러져있었고

머리는 안으로 부서져

피는 많이 퍼지지 않았다

피부는 하얀 김치에 파란 곰팡이 생긴 듯

먹지 못할 것을 바라보는 듯한

식상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비둘기들을 파랗게 염색하여

날려보내면

하늘에 내내 그려져 있을 것만 같은데

염색이 벗겨진 청바지가 빨랫줄에서 떨어지듯

철푸덕 떨어져 쓰레기가 된 사나이

나는 놀라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지도 않아

천 원짜리 치즈버거 사러 들어갔는데

11시가 되어야 햄버거는 판매가 된다고 한다

11시도 되기 전에 죽은 사내처럼

빌어먹을 나도 칼 꺼내들고 설쳐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쥐었다

땡그랑 땡그랑 동전 떨어지듯 밖으로 굴러 나왔다

다시 시체를 지나 회사로 가는 길

집에서 죽으면 시체 같아도

길에서 죽으면 비둘기 같다는 걸

저 남자도 알고 있었을지

배고프지 않을 때도 밥을 먹는 시간이 늘어가고

사랑하지 않을 때도 그런 척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목이 메어도 잘 뱉어낼 줄 아는

그런 친구들을 저 친구도

너무 많이 알고 있었을지

회사로 간다

회사에선 개천절 휴일에도 일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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